SBS 총공세 프로그램 대폭 개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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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더이상 밀리면 끝이다.”

지난달 30일부터 프로그램을 대폭

개편한 SBS가 배수진을 친 장수의 각오로 전면공세에 나섰다.

지난 3월 개편에서 메인뉴스를 저녁8시에서 9시로 바꾼 이후 전반적인 시청률 경쟁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던 SBS가 메인뉴스를 다시 8시로 옮기고,일일.주말극을 모두 새롭게 편성해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8시 뉴스의 경우 타방송사보다 1시간 빠른 속보성과 고발성 기사확대,심층기획등으로 뉴스 시청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일일극'미아리 일번지'와 주말극'이웃집 여자'도 편안한 이미지를 강조,현재 시청률 베스트10에 지난주 끝난'꿈의 궁전'하나만 올라있는 수모를 만회하겠다는 복안이다.

SBS가 벌이는 총공세의 전략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대대적인 홍보.SBS의 인지도를 높이고 개편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이런 전략은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우선 방송사로서 전례가 없는 엄청난 양의 광고를 일간신문에 하기 시작한 것.지난달 25일자부터 전면 혹은 7단분량의 컬러로 '세상을 한시간 더 빨리 밝힙니다'라는 캐치프레이스를 담은 광고를 싣기 시작했다.이를위해 광고대행사 '디자인중심'과 총 7억여원의 계약을 맺었다는 후문이다.

또 화면 오른쪽 하단에'저녁8시부터 SBS세상'이라는 자막을 고정시켜놓는가 하면'아빠는 8시부터 뉴스보고 엄마는 9시부터 드라마보고'라는 로고와 CM을 방송 중간중간에 수시로 내보내고 있다.이와함께 시내 곳곳에'아빠 한시간 일찍 들어오세요'라는 현수막을 붙여놓는등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개편을 계기로 대거 교체된 새 진행자들도 각종 프로그램에 나와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소개를 하고있다.

8시 뉴스를 맡은 전용학 해설위원은 SBS FM'스트레스 제로'에 등장해 8시 뉴스내용을 미리 얘기해 주는가 하면 5년만에 방송에 출연한 전 KBS아나운서 신은경씨도'금요 정보베스트 텐'등을 통해 미리 '인사'했다.

두번째는 가족주의 소재에 치중하는 복고전략이다.'폭력과 선정적 장면이 난무하는 오락방송'이라는 오명을 씻고 온가족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 것.'미아리 일번지'는 고향을 떠나 각 지방에서 올라온 소시민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서민 드라마고 '이웃집 여자'는 각각 전통과 서구적 가풍을 가진 두 가정을 배경으로 가족 구성원간의 사랑과 삶을 그리고 있다.

신설한 시사프로그램'뉴스추적'도 비리현장 고발 이외에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우리 이웃의 모습에 비중을 두어 취재한다는 방침이다.또 코미디들도 지금까지 10대 위주의 무대에서 벗어나 온 가족이 함께 즐길수 있는 코너를 강화하고 있다.

홍보자막이 시야를 가려 오히려 눈에 거슬린다는 항의도 있는등 SBS의 전략이 공들인만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이런 일련의 자구책이 성공을 거두기위해서는 홍보를 능가하는 내실있는 프로그램들이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판에 박은 편성을 파괴하는 신선함으로 KBS와 MBC 양방송사를 긴장케했던 개국당시 초심(初心)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SBS가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지름길인 듯하다. 정형모 기자

<사진설명>

메인뉴스 8시 복귀등 30일부터 부분개편을 단행한 SBS가 자사 방송국에 이를 소개하는 대형 현수막을 거는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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