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강수연 변신 - '깊은 슬픔'선 멜로연기,'브랙잭'선 요부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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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90년대 들어 개성 강한 현대여성을 연기해온 월드스타 강수연(32)이 극중에서 매우

유약하고 섬세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신했다.

신경숙의 소설을 영화화하는'깊은 슬픔'.막바지 촬영이 열기를 더하는 이 영화에서 강수연은 한 남자를 동경하다 결국 거기에 삶의 모든 것을 거는 바이올리니스트 역을 맡고있다.

“이 작품은 처연한 사랑이야기예요.주인공은 사랑을 향해 다가가면 갈수록 그 사랑이 멀어지고 끝내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비극적인 인물입니다.처음부터 끝까지 이러한 사정을 내면에 담고있는 이미지를 보여주느라 연기가 쉽지 않았어요.” 어찌보면 전형적인 멜로물의 주인공으로 간단히 생각할수 있지만 소설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투명하고 여린 감수성을 가진 여자를 재현해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로서는 최근작인'지독한 사랑'(이명세 감독)에서 불타는 관능에 대한 갈망을 보여줬던 것과는 정반대라고 할수 있다.

강수연이 자신을 세계적인 연기자로 만들었던'씨받이'이후의 작품들에서 하나같이 강렬한 개성으로 관객들에게 각인되었던 것과는 큰 차이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겉으론 연약하고 섬세하게 보여도 어린 시절에 느꼈던 사랑에 평생 지배받고있는 한스러운 감정을 연기하기 때문에 멜로물 답지않은 아주 강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더라도 기존의 그의 이미지와는 다른 역할을 지금까지 무리없이 소화해낸 데에는 과거 본격 멜로물 '그후로도 오랫동안'에서 같이 일한 곽지균 감독과의 호흡이 주효했다고 강조한다.한편 강수연은 이미 촬영에 들어간'블랙잭'(정지영감독)에선 섹시한 요녀로서 본능적인 욕망에 불타는 이미지를 최민수와 호흡을 맞추며 연기하고있다.

오랜만에 빡빡한 촬영일정에 쫓기고 있는 강수연은“각각의 역할에만 열중하다보면 정반대의 성격을 동시에 연기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고 자신했다. 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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