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조>주목되는 4者회담 이후 북한의 선택 - 미국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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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전쟁을 끝내는 휴전협정이 지난 53년 체결된 이래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접경지대로 손꼽혀 왔다.

지난해 불안정한 정전체제를 항구적인 평화체제로 전환하려는 목적으로 한국과 미국의 대통령은 한국전쟁 당시 동맹국이던 중국과 북한에 협상테이블에 나와주도록 초청했다.

짜증스러울 정도의 사전설명회를 거쳐 북한은 마침내 협상을 시작하는데 동의했다.

설명회과정의 우여곡절은 앞으로 협상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지를 충분히 예감케 한다.어쨌거나 남북한과 미국.중국 4개국은 내달 5일 뉴욕에서 만나 본회담의 개최시기와 의제를

논의할 예정이다.과연 이로써 돌파구가 열린 것인가.그럴 수도 있다.그러나 동시에 전례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전술적으로 태도를 바꾼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북한이 미국과만이 아니라 한국과도 동등한 자격으로 협상테이블에 앉는데 동의하기까지는 두가지 요인이 작용했다.미국은 언제든 북한과 협상할 준비가 돼 있었지만 북한은 한국을 너무도 오랫동안 비난해왔기 때문에 북한의 한반도평화 4자회담동의는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요인은 옛소련의 붕괴다.

옛소련은 북한이 체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지원을 해왔으나 소련이 붕괴되면서 그같은 지원은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둘째 요인은 북한주민 수백만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이다.미국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에 관대한 입장을 보여왔다.그러면서도 그같은 입장이 북한을 협상테이블에 끌어내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그러나 북한의 협상참여와 식량지원 사이에는 묵시적인 연계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며,실제로 북한은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다.

식량난이 어느 정도 해소된 뒤에도 북한이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데 여전히 관심을 보일지 여부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전세계로부터 고립돼 있는 북한이 과연 남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첫발을 내디딤으로써 그같은 고립에서 벗어나려 시도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북한이 군사력증강에만 집중시키고 있는 자원을 경제발전을 위한 노력에도 재분배할 수 있을 것인가.이제 기회는 주어졌다.그러나 북한이 그같은 기회를 잡겠다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는지는 아직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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