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P '단일화 3원칙' 잠정합의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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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DJ)총재측과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총재측이 후보 단일화를 위한 세가지 원칙에 (잠정)합의한 것은 협상의

성패를 떠나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함축하는

것으로 평가된다.대선이후 정국상황을 짐작케 한다는 점에서다.

DJ가“15대 국회내 개헌도 가능하다”고 말한 것이나,양당 실무진이“대통령선거 이전 양당의 합당도 무방하다”는데 의견을 모은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DJ가 개헌시기에 대해 JP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하면서도“15대내에 하겠다”는 말대신“가능하다”고 밝힌 것은 대선이후의 정국구도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상호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다.

여기에는 물론 단일화를 통해 집권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개헌에는 2백99명 의원중 2백명 이상의 찬성이 필수요건인데,대선승리후 일부 의원의 영입과 더불어 야당(당시)의 일정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말인 것이다.달리 표현하면'의석확대를 위해 나도 노력할테니 당신도 노력하시오'라는 의미다.

두 金총재가 어렴풋이나마 대선후 안정의석의 확보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것은 합당론과도 맥을 같이 한다.양당 주류에서는“필요하다면 대선이전 합당해 이탈을 최소화하는 한편 단계적으로 몸을 불려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합당을 국민회의측이 JP에게 당권을 이양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점이다.자민련도 마찬가지다.양당 수뇌부가 대선후 과반수이상 안정의석 확보를 위해'JP를 전면에 내세운 정계개편'을 검토하고 있음을 짐작케 한다.

국민회의 한 소식통은“김대중총재가 김상현(金相賢)지도위의장에게 민주당.통추.신한국당 민주계와 막후 접촉을 갖도록 권유한 것이나,김종필총재가 이수성(李壽成).이한동(李漢東)고문과 만나는 것은 결국 맥을 같이 한다”고 해석했다.

단기적으로 각자의 생존을 위해 여권을 흔드는 효과도 있고,일이 잘돼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즉각 정치권의 대개편에 착수할 준비도 따로따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큰 그림이 어느 정도 현실적 구체성을 갖고 물위로 떠오를지는 미지수다.한가지 확실한 것은 12월 대선전까지도 몇차례 더 여야를 망라한 요동이 있으리라는 점이다.

그리고 양당의 3원칙 합의는 다음 주부터 진행될 공개적 단일화 논의에 여러모로 긍정적 작용을 할 것이다.

한편 정국 흐름이 신한국당 경선 결과가 드러나는 오는 21일 이후에는 엄청나게 달라질 것임을 예고한다.양당 전략팀은 일찍부터“신한국당 전당대회만 끝나면 정국은 야당 정국이 될 것”이라며 여당으로부터의 정국 주도권 탈환을 장담해왔다. 김대중총재가 양보 카드를 뽑아들면서 양당의 후보 단일화 논의가'실제 상황'으로 진입해가는 단계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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