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룰렛식 폭행'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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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학교폭력이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청소년들끼리 조를 짜 추첨에 의해 서로 번갈아가며 폭행하는'번호빵'이라는 놀이까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 노량진경찰서는 2일 담뱃갑에 적힌 일련번호 두자리와 일치하는 출석번호를 가진 급우를 골라 집단폭행한 혐의(폭력등)로 周모(14.D중2)군등 2명을 입건하고 형사미성년자인 全모(13.D중2)군등 2명을 서울가정법원에 송치했다.

全군등은 1일 오후4시30분쯤 서울동작구흑석2동 올림픽대로변 88공원에서 담뱃갑 밑면 안쪽에 적힌 일련번호 18,23번과 출석번호가 일치하는 같은학교 학생 柳모(13).李모(13)군을 주먹과 발로 때리고 담뱃불로 팔목을 지지는등 집단폭행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지난달 중순 친구 7명으로 카지노의'룰렛게임'과 흡사한'번호빵 게임조'를 구성,길에서 주워온 담뱃갑에 적힌 숫자나 합계가 출석번호와 일치하는 학생을 나머지 학생들이 집단폭행하기로 약속한뒤 지난달 22일부터 다섯차례에 걸쳐 이같은 일을 저질러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피해자인 柳군등도 몇차례에 걸쳐 이같은 놀이에 가해자로 가담했다고 밝혔다.

全군등은“지난 연말부터 학교에 이런 놀이가 퍼지기 시작,학급마다 절반정도의 학생들이 열중하고 있다”며“담뱃불로 지진 것은 이와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 일본만화를 보고 재미있을 것같아 흉내낸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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