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추천 ‘내 생의 책 한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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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스토리는 그 자체로 맛깔스런 소재지만 감동을 양념으로 버무리면 더욱 감칠맛이 날 터. 그래서 알만한 인사 3인에게 물었다. 싱숭생숭한 연초, 축 처진 어깨 펴게할, 울림이 있는 그런 책들 어디 없나요?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 방송인 김미화

 KTF에 강의를 갔다가 KTF의 팀장이라는 사람을 만났다. 그때 그가 썼다는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라는 책을 알게 됐다. 처음엔 40대 평범한 직장인인 그가 쓴 경제경영·자기계발 서적 내용에 관해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책장을 들추곤 선입견에 대해 자책할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경영자들이 생각을 가다듬고 마음을 수련하기 위해 산을 찾는다는 사실에 착안, 스스로도 등산을 하며 5년간 73명의 CEO를 만나 직접 들은 성공과 실패담을 책으로 펴냈다.

 무엇보다 그의 호기심과 열정에 감탄했다. 특히 인생의 멘토를 만나기 위해 그가 흘렸을 땀이 책을 보는 동안 행간 행간에서 묻어나는 듯했다. 책 속에는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기 위해 부단히 몸부림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 가운데 한 CEO의 사례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는 회생의 길이 보이지 않던 고난의 시절을 ‘입속으로 사약이 밀려드는 기분’이라고 회상했다. 사무실은 공동묘지, 비어있는 직원들의 책상은 무덤 같다고도 했다. 그 비장했던 각오는 산무덤이라는 제목의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산에 누워있는 무덤 하나. 산 아래 내가 버리고 온 무덤 하나….’ “돈버는데 정신이 팔려 주위를 돌아보는 일에 소홀했다고 나는 말하지 않겠다”는 그는 사업이 안정된 지금도 일요일마다 산에 올라 무덤을 보며 스스로 깨우침을 얻고 간다. 고난을 이겨내고 성공을 이룬 사람들. 감동과 성공이라는 테마에 잘 어울릴 책이라고 생각한다.


『삼국지』·『수호지』
- 배우 이순재

 희곡 분야의 책을 주로 읽는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책이나 신간은 잘 보지 않아서 사실 무엇을 추천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다 『삼국지』와 『수호지』를 골랐다. 좋은 책은 세월이 지나도 의미가 있고 모두에게 읽힐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들은 중국 고전이지만 현대사회에 대입해도 무리가 없다.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리더십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고, 키워내는 리더십 중 최고의 덕목은 ‘덕’이다. 소설에서는 일당백의 뛰어난 인물 상당수가 등장한다. 하지만 가장 힘이 센 사람이 정상에 서지는 않는다. 힘은 좀 모자라더라도 덕망 있고 사려 깊으며 주위의 인재를 알아보는 눈을 가진 인물이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 현실이라고 다르지 않다. 경쟁하는 동시에 타협할 수 있는, 덕과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러한 사람들이 부족해 보인다.

 이 책들이 와닿는 또 다른 이유는 소설 속 인물들이 가진 한계다. 주인공이라고 마냥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진 않는다. 관우·유비 모두 한계를 느끼는 인간으로 묘사된다. 이런 현실적 캐릭터 설정이 시대를 초월해 남녀노소가 즐겨 읽는 불후의 명작 반열에 오른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사회에서 귀감이 될 수 있는 덕목이 많이 나오며, 아이들이 읽기에도 좋다. 한번 잡으면 놓기가 힘들 정도로 재미있으며, 언제 다시 읽어도 지루하지 않은 고전이다.


『혼자 밥 먹지 마라』
-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 김영혜

 키이스 페라지의 『혼자 밥 먹지 마라』를 추천한다. 5년 전 하버드대 근처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만난 책이다. 무엇보다 제목이 눈에 쏙 들어왔다. 경험으로 봐도 사람들은 밥을 같이 먹으면서 친해진다. 사회든 조직생활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요, 인적교류다. 하지만 저자도 말하듯이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고, 인맥을 넓히는 일에 반항하는 이유는 거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나 역시 2002년 국제회의에 처음 참가했을 때 리셉션에서 외국판사들과 어떻게 지내야 좋을지 스트레스를 받곤 했다.

 인맥의 중요성은 알지만 막상 구체적인 방법이나 실천에 들어가면 막막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네트워킹이나 인맥 만들기의 자습서라 할 만하다.

 책은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자란 한 소년이 기업체의 대표로 성장하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대강의 줄거리만 봐선 통속적인 성공 스토리로 비칠 수 있다. 그렇지만 친구와 스승·동료·상사 등 다양한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가는 비결을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있어 읽기 쉬우며 재미도 있다. 세미나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진정한 세미나란 사람들을 만나서 의견을 주고받는 네트워킹의 장. 하지만 우리는 흔히 구석에 서 있거나 한눈을 팔거나 명함을 주고 받는 일을 반복할 뿐이라고 이 책은 지적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자수성가한 사람’은 없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진다. 어떤 사람의 친절한 행동, 용기를 주는 말로 우리의 인격과 생각이 완성되고 성공도 이룰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혼자 밥 먹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프리미엄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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