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2009년은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한 해가 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성식 기자]
그의 ‘무타협’ 노선을 두고 당내에선 “원래 강단 있는 스타일”(이규의 부대변인)이라는 평가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경한 노선”(대변인실의 한 당직자)이란 반응이 엇갈린다.
두 가지 반응엔 이유가 있다. 정 대표는 1996년 15대 국회의원이 된 이후 2007년까지 모두 일곱 차례에 걸쳐 정치부 기자들이 뽑은 ‘백봉신사상’을 탔다. 신사적인 매너를 보여 준 의원에게 주는 상이다.
하지만 한나라당과의 관계에선 늘 양보와는 거리가 멀었다. 2001년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법인세 인하를 추진할 때 정 대표는 대기업(쌍용그룹) 출신임에도 “혜택은 대기업에 가고 부담은 국민이 진다”며 반대했다. 그는 2005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 시절에도 그랬다. 한나라당에선 그를 “중도 실용주의자”(김덕룡 당시 원내대표)라며 반겼지만 정 대표는 한나라당이 반대했던 사립학교법 개정과 신행정수도 관련법 등을 밀고 나갔다.
그러나 최근의 강경 모드엔 경험적 교훈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 안팎의 입지가 취약했던 정 대표는 지난 연말 본회의장 점거로 나름대로 입지를 굳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10%를 맴돌던 당 지지율이 20%를 넘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강경파들로부터 “잘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는 1월 초 한 여론조사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인’ 부문에서 처음 2.8%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 대표를 움직이는 또 다른 요인으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손학규 전 대표와의 ‘보이지 않는 경쟁’을 꼽는 사람들도 있다. 전북 출신의 한 재선 의원은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지는 정 대표로서는 두 사람의 복귀 전에 야당의 리더로서 위상을 확고히 하려는 마음이 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같은 전북 출신인 정 전 장관의 복귀설에는 크게 신경 쓴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정 대표는 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2월 국회를 일자리 창출 국회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모든 정당이 참여해 일자리 나누기 등을 논의하는 ‘경제위기 극복 및 일자리 창출 특별위원회’ 설치도 제안했다. 이어 그는 ▶국가 재정으로 중소기업 보증 여력 100조원까지 확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재정 지원 ▶공공 서비스 일자리 100만 개 이상 창출 등을 정부에 요구했다. 동시에 이명박 대통령에게 ▶용산 참사 책임자 문책, 국민 사과 ▶대북 강경 노선 포기와 비중 있는 대북 특사 파견 등도 촉구했다.
그러나 이것이 여당과의 타협을 위한 제스처는 아니다. 한 핵심 측근은 “쟁점 법안의 여당 단독 처리를 막겠다는 의지는 더 강해진 상태”라고 전했다.
임장혁·백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