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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스테이지] 악기 울림 살린 아람누리 예술의전당에 ‘판정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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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6년 만에 내한한 이 오케스트라의 음색은 고양아람누리에서 빛났다. 우선 음량이 컸다.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시작하는 팀파니의 두드림이 객석의 발밑 바닥까지 울릴 정도였다. 예술의전당에서는 멀리서 연주되는 것 같던 소리가 이곳에서는 가깝게 전해졌다. 청중은 음악의 주제 소절이 악기별로 옮겨다니며 연주되는 것을 뚜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지휘자의 스타일도 고양아람누리에 더 잘 맞았다. 고전적인 해석을 중시하는 지휘자 마렉 야노프스키는 어느 한 악기가 튀지 않도록 섬세한 노력을 기울였다. 때문에 예술의전당에서는 상대적으로 주제음을 연주하는 악기 소리가 파묻히는 것처럼 들렸다.

전문가들도 대체적으로 고양아람누리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 유수 공연장에서 음반을 녹음해온 레코딩 엔지니어 황병준(사운드미러 한국지사 대표)씨는 “이틀간 다른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것 같았다. 밀도 있는 소리와 적절한 울림을 갖춘 고양아람누리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국내 최고의 공연장이라고 부를 만하다”고 평가했다.

두 공연장의 가장 큰 차이는 피아노와 함께한 베토벤 협주곡에서 찾을 수 있었다. 김선욱이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는 고양아람누리에서 더욱 선명하고 가깝게 들렸다. 피아노 건반 바닥의 나무가 서로 부딪치는 소리까지 들렸다. 월간 ‘객석’의 류태형 편집장은 “예술의전당에서 오케스트라에 묻혀 잘 들리지 않던 피아노 소리까지 다 전달됐다. 날카로운 음색이 깎여서 들리는 단점도 있지만 협주곡을 듣기에는 고양아람누리가 더 좋은 홀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처럼 좋은 점수를 받은 홀의 쓰임새다. 1일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에는 청중 950여 명이 들었다. 빈자리가 500여 석이나 됐다.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은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최적화하기 위한 ‘슈 박스(shoe box·신발 상자)’ 구조로 2007년 지어졌다. 하지만 아람음악당에서 기획한 오케스트라 공연은 올 한해 4회에 그친다. 그나마 하나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에서 볼 수 있는 공연들로 손님을 빼앗기는 게 당연해 보인다. 좋은 재료를 갖고도 쓰지 못하면 ‘아는 사람만 아는’ 훌륭한 공연장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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