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미래 기대반 우려반 - 홍콩반환 세계 언론의 시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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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홍콩 반환을 보는 세계 주요국 언론의 시각은 우려와 기대가 교차하고 있다.세계 주요 신문들은 사설에서'식민지의 종언은 역사의 당위'라는 평가에서'민주와 자유의 후퇴를 방치한 것'이라는등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 홍콩의 중국 반환은 식민지가 하나 더 사라졌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영국의 찰스 왕세자가 적절히 지적했듯 이제 제국주의의 시대는 완전히 종언을 고하게 됐음을 알리는 역사의 소리이기도 하다.

제국주의의'마감'은 일찍이 19세기말부터 예상되던 일이었다.1897년 영국 시인 러디어드 키플링은 더 타임스에 대영제국의 쇠락을 알리는 시를 게재,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당시는 서구가 나머지 다른 세계를 지배해야 할 권리와 책임이 존재한다는 신념마저 팽배하던 분위기에서 나온 말이기에 그 혜안은 더욱 돋보였다.

식민지라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냉정히 평가해보면 영국은 그동안 홍콩이라는 이역에서도 준법정신과 언론자유등을 신장키 위해 노력해왔다고 볼 수 있다.중국 지도자들은 그간 홍콩이 물질적 번영과 동시에 자유민주주의를 모색해왔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일본 아사히신문 홍콩의 자본주의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우산 아래서도 계속 발전할 수 있다면 이는 중국과 대만.티베트와의 관계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수준의'홍콩의 중국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예를 들어 매년 계속돼온 천안문사건 추도모임이 앞으로도 계속될지 의문이다.장기적으로는'중국의 홍콩화'도 진행될 것이다.인권.자유에 대한 홍콩의 관념들이 대륙에 조용히 스며들 가능성도 있다.국제사회는 홍콩의 실험을 주시하고 있다.1국2체제가 원활히 기능해 중국과 홍콩이 함께 비약한다면 아시아의 정치.경제 지도는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이 경우 전개될'대중화(大中華)'바람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과제로 등장한다.

프랑스 르 피가로 홍콩 주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다면 틀림없이 그들은 영국 통치아래 남아 있는 쪽을 택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홍콩의 반환은 탈(脫)식민 역사상 최초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한국과 대만의 예가 보여주듯 민주주의는 항상 경제적 번영의'적자(嫡子)'다.홍콩 주민도 국민투표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할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홍콩의 반환에 열심히 박수부대 노릇이나 한 서방의 태도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세계 최대의 시장에 파고들 욕심 때문에 서방은 그토록 강조해온 인권을 스스로 망각한 꼴이 됐다.홍콩의 반환으로 중국은 또 한번 변화할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다.'자유의 바이러스'가 이제 중국의 심장 한복판까지 와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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