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브이세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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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이 10월 마지막 밤 12시 무렵에 준우가 다니던 학교 뒷산 약수터로 높은 포복 비슷한 자세를 취하며 다가갔다.하현으로 기우는 달이 그래도 약수터를 어슴푸레 비추어주고 있었다.

조륵 조르르. 약수가 가뭄 탓인지 약한 줄기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준우가 어떻게 김포공항을 빠져나왔을까? 우리 니키 마우마우단 사건이 터진 것은 알고 들어왔겠지? 외국에서도 한국 신문 볼 수 있으니까 말이야.”“글쎄,이집트 같은 데서 한국 신문 볼 기회나 있었을까.”“근데 왜 이리 나타나지 않는 거야?” 그때였다.약수터 주변 숲이 출렁이더니 손전등 불빛들이 도깨비불처럼 사방에서 와락 튀어나왔다.

“꼼짝 마라.너희들은 완전히 포위되었다!”“형사들이야.튀어!” 하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이 반항해볼 겨를도 없이 건장한 형사들에게 한사람씩 잡혀 수갑에 차이고 말았다.

형사들이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이 지니고 있는 흉기들을 수거하고 현장을 정리할 즈음,숲속에서 준우가 형사에게 이끌려 걸어 나왔다.

“이놈들 맞지?니키 마우마우단.” 준우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우야,어떻게 된 거야?” 용태가 형사의 손에 잡혀 있는 어깨를 뒤틀며 소리쳤다.

“미안해.김포공항에서 잡혔어.그리고 형사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어.” 형사들에게 잡혀 내려간 니키 마우마우단원들은 학교 교정에 대기하고 있는 형사 기동대 봉고차에 실려 경찰서로 향했다.

“이놈들,총은 어디다 둔 거야?그 총 때문에 우리가 얼마나….” 반장쯤으로 보이는 형사가 단원들의 머리를 주먹으로 쥐어박으며 다그쳤다.

“총은 팔아 먹었어요.우리는 총으로 나라를 개혁하지는 않아요.” 기달이 시무룩한 얼굴로 대답했다.

“어쭈,개혁파가 따로 없군 그래.곧 죽어도 의적 일지매다 이거지?”“우리는 의적도 아니고,니키 마우마우단일 뿐이에요.우리의 존재 자체가 썩은 기성세대에 경종이 되는….”“살인까지 저지른 주제에 경종은 무슨 경종.정종도 안 되는 것들이.야,이놈들 처넣고 우리 소주나 한잔 하자.이거 원,야근까지 하고 말이야.” 하얀 봉고차가 하현 달빛 속을 기우뚱기우뚱 달려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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