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인한마디>無허가 임대 신세 대우화학 이봉철 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법대로 공장을 지으려 노력하다가 잘 안돼 임대를 했지만 결국 범법자가 돼 버렸습니다.” 복잡한 행정절차 때문에 공장 짓기를 포기하고 다른 공장을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대우화학 이봉철(李俸澈.35.사진)사장의 하소연이다.

李사장은 지난해4월 사업계획을 확정짓고 공장부지를 물색하다 8월 경기도 모지역의 준농림지 8백평을 평당 6만원에 사들이기로 계약했다.인근 농공단지는 평당 분양가가 20만원이 넘어 엄두를 못낼 형편이었다.“직접 짓기 힘들테니 대행업자에게 맡기는게 좋다”는 관청의 친절한 충고도 들었다.

그러나 농지를 공장용지로 용도변경하기 위해 농지위원회의 승인을 받는 초기단계에서 발목이 잡혔다.농지위원 5명에게“공해물질 배출이 거의 없으며 진입도로 포장도 해주겠다고 제의했지만 일부 위원들이 납득을 하지 않아 손을 들고 말았다”고 李사장은 말한다.올1월 최종 불허통보를 받았다.

이를 예상한 李사장은 이에앞서 지난해11월부터 공장을 임대하는 쪽으로 눈을 돌렸다.제품개발이 거의 완료단계에 이르고 기계 도입시기가 임박한 때문이었다.너무 서두르다보니 임대한 공장이 등록도 되기 전에 기계가 들어와 가동됐고,결국은 무허가공장 신세가 됐다.李사장이 개발한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성능은 좋으나 가격은 20~50% 저렴한 우레탄및 도막방수제와 인테리어용 고급도료.李사장은“공장 하나 짓는데 1년반 이상 걸리고 필요한 서류가 수백가지라는 말을 절감했다”면서 “규제가 부패를 낳고 결국 무허가공장을 양산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