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집서 놀이방 차린 전명숙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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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예부터 애 봐준 공은 없다쟎아요.'장사'라고 생각하면 하기 힘든 일이지요.” 서울광진구광장동 현대아파트에서'꼬꼬 놀이방'을 운영하는 전명숙(全明淑.33)원장은“수입이 대단치는 않지만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7세.2세인 두아들을 둔 全씨는 지난해 1월 놀이방을 시작한 뒤 눈 코 뜰 새가 없을 정도로 바쁘지만 사랑을 쏟는 만큼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에 피곤함을 잊는다.

워낙 아이들을 좋아했던 全씨는 결혼후 살림만 하기가 무료해 놀이방에 관심을 갖게 됐고 94년 서울성북구돈암동에 있는 한국어린이 보육교사교육원에서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을 땄다.하지만 막상 자격증을 딴 후에는 놀이방을 시작할 엄두가 안나 큰아들 또래의 동네아이들을 몇명 맡아 봐주는 수준에 머물렀다.반년정도 경험을 쌓으면서 보육사업에 재미를 느낀 全씨는 95년말 본격적인 놀이방을 시작하기로 결심하고 같은 아파트 단지안의 1층 집을 구하러 다녔다.놀이방을 2층이상에 설치할 경우 안전사고 대비시설에 특별한 신경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놀이방 설치는 구청 신고사항이기 때문에 건축물관리대장.시설평면도.자격증등 구비서류와 함께 보육시설 설치 신고서를 구청 사회복지과에 제출했다.보육사업지침이 바뀌기 전인 지난해까지는 양옆집.아래집등 이웃집과 집주인의 동의서도 필요했다.全씨는 다행히 이해심 많은 이웃을 만나 무리 없이 동의서를 받았다.

방 3개중에 거실과 방 1개를 놀이방 시설로 꾸몄다.안방과 아이들방으로 방2개는 남겨놓은 것.全씨는“나머지방도 놀이방으로 사용하면 아이들을 더 받을 수 있겠지만 가족들의 사생활이 지나치게 침해받는 것이 싫어 남겨뒀다”고 설명했다.

신고서 제출후 놀이방 시설을 실사한 관할구청에서 정해준 정원은 15명.全씨 혼자 운영해도 되는 인원이지만 보육교사 1급자격증을 가진 교사를 따로 채용했다.유아교구와 진열장.정리함.책상등 시설설치비로 3백여만원이 들었다.유아교구는 주로 할부로 구입했기 때문에 비교적 적은 돈으로 시작할수 있었던 셈이다.지금도 매달 10~20만원은 교구비로 지출하고 있다. 교재교구비에 대해서는 구에서 1년에 88만원씩 보조금을 준다.구에 따라 보조금 액수가 조금씩 차이가 난다.유아 1명당 받는 보육료는 보육시간에 따라 11~25만원.매달 인건비.간식비.식비.교구비등을 제외하고 全씨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1백50~2백만원 정도다.

全씨가 사는 아파트단지는 20~30평대 아파트로만 이루어졌기 때문에 놀이방에 올만한 나이의 고만고만한 또래의 아이들이 많은 편.게다가 같은 단지안에 놀이방이 없어 全씨의 놀이방에는 늘 대여섯명의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성황이다.하지만 지난해 여름휴가철에는 몇몇 엄마들이'한달만 쉬겠다'며 아이를 보내지 않아 갑자기 수입이 줄어들기도 했다.따라서 올해는 처음 아이를 보내는 엄마들에게'한달만 등록하지 않아도 대기자에게 자리를 양보한다'는 다짐을 받기도 했다.

놀이방은 처음 시작할때 목돈이 들지 않아 혹 실패하더라도 큰 손해는 보지 않는 안정된'사업'이지만 집에서 내 아이도 키우면서 편하게 할 수 있는 부업쯤으로 생각하면 큰코 다친다는 것이 全씨의 조언. 이지영 기자

<사진설명>

'꼬꼬 놀이방'전명숙원장은 놀이방에 대해“ 위험부담이 적고 교육적인 사업이라 주부가 해볼만한 일”이라며 만족해한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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