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홍콩,차이나의 역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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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7월1일부터 홍콩은'홍콩,차이나(香港,中國)'가 된다.홍콩의 중국 귀속은 세계사의 획을 긋는 역사적 사건이지만 세계 자유무역항 또는 국제 금융시장으로서의 홍콩의 역할과 기능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홍콩의 중국 회귀(回歸)는 오래전에 예정된 일이었고,중국.영국 두나라가 반환및 인수준비를 철저히 마무리했으며 전세계가 홍콩 반환 이후의 진로에 적응할 심리적 대비를 끝냈기 때문이다.홍콩의 향후 진로가 지금과 별다름 없다는 시사(示唆)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불안을 느낀 일부 주민의 해외이주가 늘어나자 덩샤오핑(鄧小平)은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말로 세계를 달랬고,장쩌민(江澤民)은“지금보다 더욱 안정되고 번창시킬 확신에 차있다”고 오늘도 말한다.중국 정부의 홍콩 경영방침이 매우 유연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정치적 수사(修辭)보다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원만히 조절하면서 홍콩인의 홍콩통치(港人港治)와 고도자치를 실현하겠다는 둥젠화(董建華)초대 행정장관의 약속에서 홍콩의 장래 진로를 내다볼 수 있다.

한마디로 중국이 자국의 경제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홍콩의 경제적 지위를 최대한 이용하겠다는 결심이 서 있는 한 중국 영토에서 차지하는 홍콩의 특수한 위치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다.과거 7년여간 중국에 투자된 홍콩 자본은 약 1천억달러로 중국이 받아들인 해외 직접투자의 3분의1이나 된다.홍콩 경제는 지금 다소 위축된 모습이지만 왕복무역고(高) 4천5백억달러의 왕성한 경제활동은 예전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지금까지 홍콩이 누리던 정치적.사상적 자유가 중국 통치 아래서 어느 정도 변질될지는 다소 불안한 점도 있다.홍콩 언론과 영화산업 등이 이에 큰 우려를 보이고 있다.미국 의회는 홍콩의 민주주의 변화를 미국 행정부가 매년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을 정도다.특히 탈북(脫北)루트로서의 홍콩의 역할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로선 앞으로의 사태진전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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