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귀향객’이 아니라 ‘귀성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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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명절 고향 길은 으레 막히게 마련이지만 이번 설엔 폭설로 더욱 홍역을 치렀다. 교통 혼잡을 마다하지 않고 명절에 고향을 찾는 것은 무엇보다 부모님을 뵙기 위함이다. 이처럼 부모를 뵙기 위해 객지에서 고향으로 가는 것을 귀성(歸省)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성(省)’은 ‘살필 성’자로 부모를 찾아뵙는 것을 뜻한다. 귀성을 하는 사람은 귀성객(歸省客)이라고 부른다.

귀성객 대신 귀향객(歸鄕客)이란 말을 쓰기도 하는데 ‘귀향’은 ‘귀성’과 다르다. ‘귀향’은 고향으로 돌아와 정착하는 것을 뜻한다. 주거와 생활 터전을 완전히 옮기는 것이다. “군 복무를 마치고 귀향했다” “서울을 떠나 귀향한 지 어느새 일 년이 됐다” 등처럼 쓰인다.

이에 비해 ‘귀성’은 명절 등에 일시적으로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을 가리킨다. 잠시 고향에 다녀오는 것이지 주거와 생활 터전을 옮기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명절에 고향으로 가는 사람들에겐 ‘귀향객’보다 ‘귀성객’이란 말이 적절하다. 한자 성어이기 때문에 완전히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귀향객’은 사전에도 없는 말이다. ‘귀향 길’도 ‘귀성 길’이라 불러야 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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