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이전 공청회…뜨거운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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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가 9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주최한 ‘주요 국가기관 이전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장문기 기자]

정부가 최근 속도를 내고 있는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을 놓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원회 주최로 열린 공청회는 당초 신행정수도 건설을 전제로 이전 대상 기관을 어디로 할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수도 이전 자체에 대한 논란이 벌어졌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수도 이전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지금 정부는 단순한 행정수도 이전이 아니라 천도(遷都)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수도 이전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총론(행정수도 이전 여부 판단)을 논하지도 않은 채 각론(국가기관 이전 논의 등)을 먼저 얘기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서영복 사무처장은 "과거 역사를 보면 수도를 남쪽으로 이전할 때 국력이 쇠퇴한 때가 많았다"며 "대통령 공약이고 특별법도 통과된 만큼 청사진이나 계획을 마련하는 것은 좋지만 시행일자를 못박지는 말 것"을 주문했다.

한성권 중앙부처 공무원 대표(농림부 직원)는 "선거 공약이라는 이유로 충분한 국민적 공감대 없이 추진하면 사회적 비용이 엄청나다"고 지적했다. "주요 결정 사항에 실질적 이해 당사자인 하위직 공무원 대표를 참석시켜야 한다"는 주문도 내놨다.

김경영 라미환경기술연구원 대표는 "국가의 대사인 신행정수도에 이전할 정부기관을 정할 때 국민 여론 수렴이 중요하다"며 "이전 대상에서 교육.연구기관 등을 일률적으로 뺀 것은 서울의 과밀 해소라는 행정수도 이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형구 행정자치부 정부청사관리소장은 "올 하반기에 입지를 선정해 도시를 설계한 뒤 2012년까지 25만평 규모의 신청사를 건립하는 계획은 너무 촉박하다"며 "촉박한 일정에 맞춰 공사를 진행하면 부실 시공을 하거나 도시가 건설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기관이 이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복 사무처장은 "미래형 빌딩으로 세워지는 신행정수도 청사의 건설비용이 3조4000억원밖에 안 되겠느냐"며 "서울 강남의 포스코타워가 얼마나 들었는지 조사해 건설비용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 이전을 예정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익식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은 "행정수도 이전이 대통령 선거 공약인 데다 지난해 특별법까지 제정한 만큼 다소 미흡해도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됐다"며 "이제 와서 국민투표로 가면 (신행정수도 이전이) 좌초될 가능성이 크므로 여론조사와 공청회 등은 필요하나 원점에서 재검토하면 정책의 신뢰성을 잃는다"고 말했다.

송성태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은 "남한과 북한은 경제력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통일이 되면 북에서 남으로 800만명 정도가 넘어올 텐데 이 중 500만명이 서울에 살 것"이라며 "그럴 경우 서울의 교통 문제는 걷잡을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통일에 대비해서라도 행정수도 이전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경준 충주대 행정학과 교수는 "신행정수도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행정.입법.사법기관이 한 곳에서 유기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안제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장은 "1977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안보와 인구 과밀로 행정수도를 옮기려 했다가 서거하는 바람에 중단됐다"며 "그 뒤 30년간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각종 억제책과 지방 장려책이 나왔으나 모두 실패한 만큼 수도를 이전하지 않고는 더 이상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재홍.장세정 기자
사진=장문기 기자<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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