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먹거리로 못된 짓하면 퇴출시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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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쓰레기 만두'사건은 먹거리 위생 수준에 관한 한 한국이 후진국임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쓰레기로 내버려야 할 단무지 자투리로 만든 만두소를 사들여 만두를 만든 업체들의 허술한 위생 관리와 윤리의식 부재는 국민을 분노하게 한다. 문제의 만두소 제조업체는 국내 물량의 70%를 공급했고 대기업까지 이를 사용했다니 기가 막힌다.

이번에 드러난 국내 식품위생관리 시스템의 허점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렵다. 경찰과 식의약청은 처음부터 유기적으로 협조해 최대한 신속하게 전모를 파악하고 문제가 된 만두 전량을 폐기했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불량 만두소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도 정작 만두 제조업체에 대해선 3개월 동안이나 수사를 미뤘다. 그 바람에 '쓰레기 만두'는 한동안 계속 식탁에 올라갔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식품위생 관리를 책임지는 식의약청이 경찰의 수사 사실을 알고도 팔짱만 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두 기관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정말로 답답한 것은 현재의 법령과 시스템으로는 이렇게 먹거리를 가지고 못된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식품위생법상 영업허가 취소나 폐쇄처분을 받더라도 사업장을 옮기면 그뿐이다. 또 다른 사람의 이름을 빌려 영업을 재개할 경우 속수무책이다. 식의약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심지어 영업정지를 과징금 처분으로 완화할 권한도 있다. 이번에 쓰레기 단무지로 만두소를 만든 주범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과징금을 내고 영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나서 "식품 관련 범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라"고 강력 지시했겠는가. 언론도 뒷북만 칠 뿐 감시기능을 제대로 발휘했는지 자성해봐야 한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식품위생 사범은 한번 적발되면 명단을 공개하고 관련 업계에서 퇴출하는 일벌백계의 처벌을 내려야 한다. 식품위생법을 개정해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식품 강제 리콜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