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빈자리’ 팔려다 … 주지사 결국 옷 벗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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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매관매직·권력 남용 혐의를 받는 로드 블라고예비치(사진) 미국 일리노이 주지사가 탄핵을 받아 결국 물러났다.

일리노이주 상원은 29일(현지시간) 블라고예비치 주지사에 대한 탄핵안을 만장일치(찬성 59표, 반대 0표)로 의결했다. 또 주 상원은 블라고예비치가 다시는 일리노이주 선출직 공직을 갖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규정도 함께 처리했다.

공석이 된 주지사직은 패트릭 퀸 부지사가 이어받았다. AP통신은 미국에서 주지사가 탄핵된 것은 1988년 아이반 메컴 당시 애리조나 주지사 이후 21년 만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에선 모두 7명의 주지사가 탄핵으로 물러났는데, 일리노이주에선 처음이다.

블라고예비치는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직을 돈 받고 팔려고 한 혐의로 연방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일리노이주에선 상원의원 자리가 공석이 되면 주지사가 임명권을 행사한다. 연방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수사 자료에 따르면 블라고예비치는 연방 상원의원직을 팔되, 만족할 만한 금액을 받지 못하면 자신을 상원의원으로 임명한 후 2016년 대선에 출마할 야심도 갖고 있었다. 또 자신의 선거운동에 거액을 기부한 개인과 기업에 도로·병원 건설 등 주정부 발주계약을 나눠주고 공직에 임명하는 특혜를 베푼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수사 착수후 일리노이주 의회는 그에 대한 탄핵 절차를 밟았다. 먼저 주 하원이 탄핵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블라고예비치의 매관매직과 세금 낭비, 권력 남용에 대해 심의한 뒤 9일 찬성 114표, 반대 1표로 탄핵을 결정했다. 결백을 주장해온 블라고예비치는 탄핵안이 가결된 뒤에도 “범죄 혐의가 증명되지 않은 만큼 나는 불공평한 탄핵의 피해자다. 잘못한 게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탄핵안이 가결된 뒤 오바마는 “수개월간 지도력 부재의 위기를 겪은 일리노이주에 안개가 걷혔다”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오바마는 그동안 상원의원직 매관에 측근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블라고예비치의 주지사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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