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지대>홍은동 스위트호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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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서울서대문구홍은동 북부간선도로로 접어드는 길옆 호젓한 백련산 자락에 자리잡은 18층 건물.스위스그랜드호텔 바로 옆 스위트호텔은 국내에 파견된 지사장급 외국인들과 가족 1백5가구가 모여사는 장기투숙자용 호텔이다.대부분이 1년이상 머무르는데다 가족단위로 거주하기 때문에 호텔이 아닌 실질적인 집인 셈이다.건물 한동에 2백70여명이 모여있으니 가위 서울에서 외국인의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라 할만 하다.미국.영국.호주.싱가포르.벨기에.뉴질랜드.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등 출신국가도 21개국으로 다양하다.

듀폰.AT&T.웨스팅하우스.코카콜라등 내로라 하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지사장,스위스항공.네덜란드항공(KLM)등 항공회사의 한국지점장,아남.대림산업등 기업체의 외국인 기술고문들이 이곳의 손님. 모든 가전제품에 가구와 식기.숟가락까지 완비돼 있고 9명의 룸메이드들이 모든 청소를 다해줄뿐 아니라 8명의 객실관리직원들이 로비에 3교대로 24시간 상주해 설비고장 처리,쇼핑.관광정보 안내,통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

이곳서 5년째 거주하며 영국부인회 회장으로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는 드니스 오디(55)씨는“처음 서울에 오면 물건사러 어떤 슈퍼에 가야 할지 어리둥절하게 마련”이라며“새로 온 이웃들에게 먼저 온 사람들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려 애쓴다”고 말했다.

뉴질랜드계 시그나보험의 간부로 한국에 파견온 남편을 둔 폴린 로버트슨(51)씨는“며칠전 한 젊은 부인이 아기를 낳아 이웃 10여명이 모여 아기에게 선물을 주고 축하하는 베이비샤워(아기탄생축하파티)를 열었다”며“각기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서로 이웃해 살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친해지는 것같다”고 말했다. 최지영 기자

<사진설명>

스위트호텔 앞마당에서 이곳에 거주하는 미국.영국.뉴질랜드 사람들이 얘기꽃을 피우고 있다. 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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