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속의홍콩>괴로운 홍콩 예술인 창작.표현자유 위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홍콩대학에 국제인권법 강좌를 도입했던 니할 자야비크라마 교수가 최근 퇴직했다.중국의 인권상황을 비판하고 홍콩 임시입법회 구성에 의문을 표했던 행동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했다는 대학당국의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홍콩의 한 화랑은 홍콩내 친(親)대만촌으로 유명한 레니즈밀 마을을 그릴때 대만국기인 청천백일기를 그리지 말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홍콩사회 곳곳에서 전방위(全方位)적으로 몰아치는 획일화 바람이다.한마디로 창작.표현의 자유는 반환을 계기로 한없이 위축되는 분위기다.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게된 분야는 영화산업.홍콩의 영화산업이 제작량으로 세계3위,수출실적 세계2위를 기록할 만큼 유망산업으로 성장해온 이유는 소재의 다양성과 자유분방함.그런데 반환후엔 이러한 강점이 사라질 판이다.

이같은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수년전 홍콩의 골든하베스트사가 제작한 가오즈선(高志森)감독의'창업완가(創業玩家)'는 아직도 중국당국의 심사를 넘지못해 상영이 무기연기된 상태다.중국농가가 너무 초라하게 표현됐다는 것이 보류 이유다.93년 칸영화제서 금상을 수상했던 천카이거(陳凱歌)감독의'패왕별희(覇王別姬)'는 문화혁명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이유로 한동안 중국 검열관들에게 시달렸다.이같은 사례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반환후 창작의 자유가 낙관적이진 않아요.그렇다고 지레 걱정부터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홍콩서 현대무용 작품을 발표하는 무용인 헬렌 라이는 애써 담담한 표정이다.그럼에도 얼굴 너머로 언뜻 스치는 그늘만은 감추지 못했다.

올해 칸영화제서'해피 투게더'로 최우수 감독상을 수상한 왕자웨이(王家衛)감독의 홍콩도착 직후 토해낸 첫마디는“반환후에도 반환전과 같은 창작의 자유가 유지되면 좋겠다”는 것이었다.개벽(開闢)을 맞는 홍콩 예술인들의 고뇌가 그대로 배어나오는 모습이다. 홍콩=유상철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