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發協 '대표사퇴' 총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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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한국당 경선의 마주보고 달리는 두 열차,이회창(李會昌)대표와 정치발전협의회(정발협) 핵심세력은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을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만나더라도 화합을 이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다.양대세력의'체질'과 지향점이 다르고,특히 감정이 매우 악화돼 있기 때문이다.범민주계 주도의 정발협은 민정계로 둘러싸여 있는 李대표가 집권할 경우'숙청'당하고 말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갖고 있다.

정발협의 서청원(徐淸源)간사장은 24일 李대표의'대화용의'제의에“대표직 사퇴가 전제되지 않는한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차갑게 대했다.

그뿐 아니다.정발협은 다른 반(反)이회창 세력까지 등에 업고 李대표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바싹 죄었다.

정발협은 이날 이수성(李壽成).이한동(李漢東).박찬종(朴燦鍾)고문,김덕룡(金德龍)의원측과 비밀회동을 갖고 李대표를 무력화하기 위한 작전을 짰다.회동 참석자들은 李대표가 대통령이 돌아올 때까지 사퇴하지 않고 버틸 경우 7월21일로 예정된 경선을 사실상 거부하자는 쪽으로 일단 의견을 모았다.

대신 당 전국위원(5천5백여명) 3분의1이상의 서명을 받아 전국위원회를 소집하고 그 자리에서“李대표가 대표 프리미엄을 너무 많이 누려 경선의 공정성을 해쳤으므로 경선일을 연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긍정 검토하기로 했다. 물론 이는 일종의'공포탄'같은 얘기로 해석된다.하지만 정발협을 비롯한 반李대표 진영은 李대표 대세론을 꺾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李대표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던 날 이처럼 강공을 퍼부은 것도 李대표의 힘을 빼기 위해서다.

반李대표 진영은 이런 엄포를 놓으면 李대표가 사퇴시기를 앞당길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 것같다.설사 李대표가 사퇴하지 않더라도“李대표가 대표직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갖고 있고 정치력이 없다”(정발협의 한 관계자)는 점을 부각시킬수 있다고 보는 것같다.

그러나 李대표쪽은 일단“어림없다”는 반응이다.정발협을 자극하는 것은 자제하기로 했지만 대통령이 돌아올 때까지 대표직을 굳건히 지켜 세(勢)를 최대한 확산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그런 만큼 정발협을 중심으로 한 반李대표 진영과 李대표측은 당분간 첨예한 대립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김진.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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