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국군포로 未송환자 당시 북한발표론 56,000여명 억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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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25 당시 국군포로가 현재 어떤 상황인지 정부는 물론 어느 누구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방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전쟁 당시 국군 실종자는 모두 4만1천9백54명.이중 유가족 신고나 증언 자료를 통해 2만2천5백62명을 전사처리했다.

나머지 1만9천3백92명은 실종 처리하거나 미확인으로 집계했다.이들이 북에 억류중인 국군 포로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일방적인 수치일 뿐이다.북한으로부터 정확한 국군포로 명단을 넘겨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94년 북한에서 탈출해온 조창호(趙昌浩.66)소위처럼 전사처리된 인사중 생존자가 있는가 하면 실종처리된 포로들의 연령을 고려할때 사망자도 많을 것으로 판단,이를 종합하면 현재 약 2만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북한군은 전쟁당시 6만5천명을 포로로 잡았다고 공표했으나 실제로는 8천3백33명만 보냈다.5만6천여명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다.이는 국방부가 집계한 실종인원보다 1만4천여명이 많은 숫자다.우리 정부 또한 이에 대한 설명이 없다. 국군 포로들은 예상보다도 훨씬 처참한 생활을 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전쟁 와중에는'해방전사'라는 이름으로 비행장 시한폭탄 제거등'죽음의 작업'에 내몰렸고 전후엔 탄광.공사판에서 혹사당하고 있다는 것이 귀순자들의 얘기다.생활 자체도 국가보위부의 철저한 감시를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귀순한 동용섭(董龍燮.53)씨는“북한에 억류된 국군 포로중 수천명이 함경남도 여러 탄광에서 강제노동을 하고 있다”고 폭로했다.특히 허천군 용양광산의 경우 전체 노동자 1만여명중 1천여명이 국군포로로 자녀들도 대(代)를 이어 갱내작업에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 董씨의 증언이다.

지난 95년 귀순한 이순옥(50.여)씨는“국군 포로들이 삽.곡괭이만으로 탄을 캐는 원시적 노예노동을 하고 있으며 자식들도 중학교까지만 교육이 허용되고 있다”고 말했다.李씨는 국군 포로등의 비참한 실상을 담은'꼬리없는 짐승들의 눈빛'이라는 책을 펴낸바 있다.

정부는 현재 국군포로 송환을 위한 통일원 주관 관계부처 실무회의를 갖고 있으나 뾰족한 방안을 내지 못하고 있다.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국군 포로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정식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은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정확한 포로명단 확인작업을 북한에 제의하고 국제기구에 여론을 환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장기적으로는 향후 적십자사회담.군사회담등에서 정식으로 포로송환을 의제화할 계획이다.그러나 휴전이후 40여년간 방치해둔 국군포로 문제를 이제 와서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국군 포로들이 모두 고령인데다 가족들을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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