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오후 2시 낮잠 날려 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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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매일 오후 2시 SBS 파워 FM에선 ‘웃음 폭탄’이 무차별 투하된다. 주파수만 맞추면 ‘컬투’ 정찬우(41)·김태균(37)이 퍼뜨리는 ‘개그 바이러스’에 누구라도 쉽게 감염된다. 덮어놓고 웃다보면 2시간이 훌쩍 흘러버리는 중독성 덕에 ‘두시 탈출 컬투쇼’는 2006년 5월 방송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동시간대 1위의 청취율을 달성했다. 그러더니 이달 초 청취율 조사에선 아예 라디오 프로그램 전체에서 맨 앞자리를 차지했다.

SBS FM ‘두시 탈출 컬투쇼’의 정찬우(左)·김태균이 오후 라디오 주파수를 장악했다. 음악 FM 라디오 프로그램 청취율 1위를 달성한 개그 명콤비답게 스튜디오에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했다. [SBS FM 제공]


◆솔직함이 개그 코드=컬투의 매력을 뜯어보기 위해선 방청객 40여 명과 함께하는 공개방송을 들여다 봐야한다. 헐렁한 티셔츠와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해 먹던 귤을 방청객에게 불쑥 건네기도 하는 등 소탈한 방송을 하는 게 기본 컨셉트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니 솔직하게 방송하는 것”이란 김태균의 말처럼 ‘솔직함’이 이들의 개그 코드이자 흥행 코드인 셈이다.

“청취자가 보낸 사연 중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아요. 어떻게든 잔재미를 찾아내죠. 한번은 부장님 입냄새가 심하다고 하소연하는 사연이 왔는데 방송할 때마다 ‘부장님 입냄새 심해요’라고 솔직하게 외쳐 준적도 있죠. 쉽게 지나칠 수도 있는 사연도 큰 웃음으로 바꿀 수 있어요.”(김태균)

◆컬투의 파트너는 방청객=컬투쇼의 숨은 조역은 스튜디오를 빼곡 채우는 방청객이다. 이들의 반응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다 보니 ‘개그 쇼’의 분위기도 한층 더 뜨거워진다. 방청객이 빚어내는 돌발 상황은 컬투쇼만의 묘미다.

컬투의 공개방송에선 아줌마 출연자가 방송 중 젖을 물린 채 스튜디오를 뛰쳐나가는 돌발 상황이 벌어져도 웃음으로 자연스레 스며든다. 재미없는 사연을 읽다가 “다신 이런 사연 보내지 말라”고 대놓고 면박을 줘도 한바탕 웃음이 가득찬다. 수험생부터 임신부까지 각양 각층의 방청객은 컬투의 또 다른 파트너이기도 한 셈이다.

“남녀노소 상관 없이 그저 웃고 싶은 분은 누구라도 오시죠. 컬투가 친근하고 재밌는 캐릭터이다 보니 별 거부감 없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우리 프로그램의 든든한 후원자들이죠.”(정찬우)

무엇보다 컬투쇼의 힘은 15년이나 함께해 온 정찬우·김태균 콤비의 빈 틈 없는 호흡이다. “15년간 같이 활동 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호흡이 강점이죠. 다른 프로그램에선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DJ를 맡기도 하잖아요. 우리는 가족만큼이나 가까운 사이다 보니 프로그램 진행이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죠. 따로 연습할 필요도 없어요.“(정찬우)

◆TV·라디오 다 잡는다=컬투는 1월 말 SBS ‘웃찾사’를 통해 개그 무대로 복귀한다. ‘그때그때 달라요’ 시절의 영광을 재현할지 주목된다. 오랜만의 TV 복귀에 맞춰 토크쇼 무대도 꿈꾸고 있다. “기존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선 우릴 잘 부르지 않아요. 메인 MC도 아니고 패널로 넣기에도 어중간한 측면이 있거든요. 언젠가는 컬투쇼를 브라운관에 그대로 옮겨놓은 토크쇼를 해보고 싶어요.”(김태균)

현재 청취율 1위를 달리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제왕답게 라디오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재미나 웃음은 물론이고 감동까지 전하는 라디오를 하고 싶어요. 컬투쇼에서 불우 이웃을 돕는 모금 코너를 계획했다가 실행하지 못한 적이 있는데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하는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싶어요.”(정찬우)

정강현 기자

※김현일(서울대 동양화과 3)·방수진(경희대 국어국문학과4) 인턴기자가 기사작성을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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