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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연금' 남성 차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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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난 1월 아내(52)를 잃은 서울 광진구 김모(55)씨. 아내가 2년여간 부은 국민연금 보험료에다 이자를 더해 4월 사망일시금으로 168만원을 받았다. 나이가 60세가 안 된다는 이유로 유족연금은 받지 못했다.

반면 지난 4월 남편(60)과 사별한 한모(57.서울 성동구)씨는 지난달부터 유족연금으로 월 14만8000원을 받고 있다.

한씨가 앞으로 30년간 생존한다면 지금 돈으로 계산해 모두 5300만원가량의 연금을 받는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남편이 죽으면 아내에게 5년간 무조건 연금을 지급한다. 그 후 월 소득이 42만원이 넘으면 중지됐다 50세부터 다시 지급된다.

반면 아내가 죽을 경우 남편이 60세가 넘거나 중증장애인(장애 2급 이상)이 아니면 연금을 받지 못한다. 연금 대신 사망일시금을 받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에 대해 서울 중랑구 망우동 황모씨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황씨는 "배우자의 사망시 유족연금 요건을 성별에 따라 달리 적용하는 것은 남녀차별"이라며 최근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에 시정신청서를 냈다.

원래 이 규정은 남자들이 경제활동을 많이 하는 점을 감안해 남편과 사별한 아내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자에게 유리하게 설계됐다. 하지만 여성의 사회참여가 증가하면서 남자들의 '반란'에 직면한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유족연금을 받은 사람은 모두 19만8343명. 여자가 18만3763명, 남자는 1만4580명으로 여자가 월등히 많다. 아내와 사별한 남편(아버지)이 60세가 안 되면 18세 미만의 자식이나 부모에게 대신 지급된다. 이 요건도 안 맞으면 남편이 연금 대신 사망일시금을 받는다. 죽은 아내가 낸 보험료에다 이자를 더한 것이다. 지난 4월 말 현재 사망일시금을 받아간 남편은 모두 3451명이다.

여성부는 이 조항을 고치려면 국민연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8일 관할 부처인 보건복지부로 넘겼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되는 연금제도개선협의회에 안건으로 상정해 차별을 줄이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남자의 수령 요건을 여자와 같게 하거나 ▶남녀 모두 배우자 사망 직후 똑같이 3년간 무조건 지급하다 소득이 일정액을 넘으면 일시 중지했다가 55세부터 다시 지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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