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학] 아기 낳으라고 … 일본 캐논 주 2회 ‘칼퇴근’ 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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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일본 도쿄의 캐논 본사. 오후 5시30분이 되자 직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야근을 위해 잠시 저녁식사를 하러 나가는 게 아니라 모든 업무를 종료하고 정말 퇴근을 하는 것이다.

하루 12시간 근무가 보편화돼 있는 일본에서 이 같은 ‘칼퇴근’이 가능한 것은 이들이 유독 강심장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반드시 조기 퇴근을 하라고 등을 떠밀기 때문이다.

이유는 “일찍 귀가해 더 많은 아이를 낳아라”는 것. “캐논은 회사 차원에서 강력한 출산 계획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조기 퇴근 조치 역시 이 프로그램 중 하나”라는 게 이 회사 요시나가 히로시 대변인의 설명이다.

기업이 발벗고 나설 정도로 일본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 일본의 출산율은 여성 1인당 1.34명. 한국(2007년 1.2명)보다는 많지만 경제성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 출산율인 2명에 훨씬 못 미친다. 앞서 일본 재계 대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에서도 일본의 살인적 근로시간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이라며 회원사에 근로자들을 일찍 귀가시킬 것을 호소한 바 있다.

한편 CNN은 캐논의 이번 조치가 글로벌 경기침체와도 맞물려 있다고 보도했다. 제품 수요가 줄고 있는 마당에 불필요한 초과 근무로 인한 비용을 줄이고 야간엔 불을 끔으로써 전기비도 절약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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