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금융개혁 작업과 중앙은행 위상 - 영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영국 영국 노동당정부 출범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중앙은행 개편작업은 흡사 우리나라의 금융개혁작업과 내용을 서로 짜맞춘듯 진행되고 있어 더욱 주목된다.

통화신용정책의 수립과 금융기관에 대한 감독권,인플레 억제에 대한 책임소재등 중앙은행 개편의 핵심쟁점이 최근 우리나라에서 추진되고 있는 금융개혁안과 거의 같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안 확정이후에도 관련 당사자들간의 이해가 얽혀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고 있는 반면 영국에서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주도아래 개편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브라운 장관은 지난달 6일 취임후 첫 조치로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에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전권을 부여한다고 전격 발표했다.잉글랜드은행에 통화정책위원회를 신설하고 이곳에서 이자율을 독자적으로 결정토록 한 것이다.

잉글랜드은행이 그동안 통화정책에 대해 아무런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고 재무부에 완전 종속돼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중앙은행의 위상자체가 하루 아침에 달라진 셈이다.잉글랜드은행 관계자들은 물론 유럽각국의 중앙은행들도 영국정부의 결단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같은 환호는 지난달 20일 브라운 장관의 또다른 전격조치로 금세 가라앉고 만다.잉글랜드은행이 갖고있던 은행감독권을 박탈하고 증권감독기관인 증권투자위원회(SIB)에 흡수.통합시킨후 은행.증권.보험을 총괄하는 통합 감독기구를 설립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린 것.이에 대해 잉글랜드은행측은 에디 조지 총재가 사퇴의사를 밝히는등 반발했으나 일단 결정된 정부방침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브라운 장관은 이어 지난 13일에는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부여받은 잉글랜드은행에 대해 인플레 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정책결정권을 주었으니 결과도 책임지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영국의 중앙은행 개편내용이 중앙은행에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부여한 대신 은행감독권을 떼어내 금융전반을 총괄하는 통합 감독기구를 만들기로 한 점은 우리와 같다.중앙은행에 인플레에 대한 책임을 지운 것도 마찬가지지만 목표나 제재방식에서 약간 차이가 난다.영국의 경우 인플레율이 목표치보다 높은 것은 물론 낮은데 대해서도 중앙은행이 책임지도록 한 것이다.중앙은행이 지나치게 인플레 억제에만 집착해 경기를 냉각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운 것이다.또 제재방식도 우리나라가 총재해임이라는 초강경수단을 동원한 반면 영국은 잉글랜드은행 총재가 공개시말서를 재무장관 앞으로 보내는 절충안을 택했다. 김종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