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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파문, 친구 떠나보낸 슬픔 딛고 일어선 최화정, smile again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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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은 여전했다. 하지만 최화정은 이전보다 조금 더 깊어졌고 진지해졌다. 힘든 일들을 겪은 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그녀와 마주한 시간. 기자와 인터뷰하는 것은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말로 얘기를 시작했지만, 이내 진하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요즘 몸무게가 늘어서 살을 빼는 중이에요. 덴마크 다이어트 시작한 지 이틀째거든요. 제가 라떼를 좋아하는데 그토록 좋아하는 라떼도 못 마시고…. 그래서 요즘 쓰디쓴 블랙커피 만 마시고 있어요.” 특유의 경쾌한 목소리와 빨간 립스틱은 여전했지만, 헤어스타일은 예전에 비해 짧아진 모습이었다. 헤어스타일을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너무 솔직해서 손해 보는 스타일, 한때는 내숭 떨며 살아볼까도 고민했었죠”

최근 그녀는 일련의 사건(?)들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학력 파문으로 라디오에서 눈물로 공개 사과를 해야했고, 얼마전에는 절친한 친구 최진실을 떠나보내는 슬픔을 겪었다. 그녀는 장례식 기간에도 라디오 진행을 거르지 않아 청취자들에게 격려를 받았지만, 결국 생방송중 눈물을 쏟아내며 방송을 중단했다. 지난 10월 중순에는 스트레스와 피로가 겹쳐 생방송 직전에 병원으로 실려가고 말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최화정과 마주했다. 그녀는 유쾌하고 발랄한 모습 그대로였지만 인터뷰 자리는 여전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솔직히 지금 이렇게 기자와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조심스러워요. 그래서 오늘 여기 나 올때 결심했어요. 입조심 하자고요(웃음).” 최화정은 너무 솔직한 자신의 성격 때문에 한 때는 ‘내숭 떨면서 살아볼까’ 진지하게 고민 했었다.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되어 마음을 다친 적이 종종 있었노라고 털어놓았다. “사람들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내 마음 아시지요’를 외쳐보아도, 결국 제 뜻과 다르게 전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한때는 조용하게 지내면서 낯가리고, 내성적인 척해 볼까…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촬영장에서도 카메라 돌아가면 활짝 웃고, 카메라 멈추면 표정이 확 달라지는 배우들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다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봐도 전 그게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그냥 살아요(웃음).” 최화정은 ‘리타 길들이기’ 앙코르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리타 길들이기’는 17년전 초연 당시 전회 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최화정은 이 작품으로 단번에 스타가 되었다.

그만큼 그녀에겐 의미가 큰 작품이다. 하지만 다시 무대에 올린다고 했을때 처음엔 하지 않겠다고 고사했다. 몸도 마음도 편치 않은 상황에서 과연 연기를 해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기 때문. 하지만 이영자의 결정적인 조언으로 마음을 바꿨다. “사실은 공연 제의를 받고 안 한다고 했어요. 그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잖아요. 한마디로 자신이 없었어요. 하지만 이영자씨가 그러더라고요. 이제 더 늙으면 언제 무대에 오를거냐고. 3~4년 후에 리타를 하더라도 사람들이 보기야 하겠지만 그때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냐고. 이번 공연은 아마 ‘마지막 리타’가 될테니까 용기를 내어 한번 해보라고요.

마지막 리타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어요. 또 살을 빼야 하는 과정등이 너무 힘들다고 투정부리니까, 이영자씨가 공주처럼 그렇게 살지 말고 ‘쓰러지더라도 무대에서 쓰러지라’며 조언해 주었어요.” 초연 당시 그녀는 무대 위에서 펄펄 날아다닐 정도로 어리고 젊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세월이 흐른 지금, 무대에 설 때마다 최화정은 나이가 들었다는 사실을 매순간 느낀다.

“예전에는 공연 끝나고 나서도 친구들이랑 나이트에 놀러갈 정도로 체력이 좋았죠. 하지만 지금은 일주일 연습해도 파김치가 돼서 몸져누워요. 그래서 다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그 많은 대사를 외우고 무대에 서는 것만으로도 제 자신이 대견하다고 생각했어요. 2인극이지만 상대 캐릭터는 신경도 안 썼어요. 제 대사만 들리고 제 동선만 계산했죠. 저는 그게 당연한것인 줄만 알았거든요.” 지금 돌이켜봐도 참 철없던 시절. 하지만 이제는 상대 배우와 교감하며 연기하고, 함께 공연하는 스태프들도 눈에 들어오더란다.

“저는 ‘리타 길들이기’ 성공이 저 때문인 줄 알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잘난 척만 했어요. 하지만 작품에 대해 분석해 보니 상대역인 프랭크에 대한 연민 때문에 관객들이 공감을 얻은 부분이 더 크더라고요.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또 나이가 드니까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스태프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이번에는 연습 끝나고 스태프들과 함께 술도 마시러 다녔어요.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관심을 갖고 시선이 넓어졌다는 점이 저에게는 큰 변화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주변의 관계에 대해 시선이 넓어졌다는 것

‘리타 길들이기’는 천방지축 리타가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고 성숙해지는 과정을 그린 작품. 최화정 역시 연기를 하는동안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노라고 털어놓았다. “이번 작품 덕분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시간, 나이 듦, 관계, 그리고 저 자신에 대해서도.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저절로 여유로워지고 성숙해지는 줄만 알았어요. 하지만 사람이 살다 보면 현명해지거나 성숙해지는 특별한 시점이 있는건 아닌 것 같아요. 조금씩 변하긴 하지만 나이가 들었다고 무조건 연륜이 쌓이는건 아니더라고요.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급한 성격이 누그러지지는 않고, 좋고 싫고가 분명하지만 그것이 모호해지지 않아요. 저를 찾는다는 것은 아직도 정말 어려운 숙제인 것 같아요.”

최화정은 연극 출연을 결심한 후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이 마지막 연극일지도 모른다는 심적인 부담감이 컸다. 또한 자신감을 되찾는데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수면제를 다시 먹기 시작했어요. 잠이 안 와서요. 잠을 뒤척이면서 ‘이제 얼마 후면 공연을 하긴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심적으로 부담을 많이 느끼나 봐요. 한동안 끊었던 수면제를 다시 먹을 만큼요.” 최화정은 스스로에게 축제처럼 즐기면서 연 기하자고 수없이 얘기한다. 그래야 결과도 좋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녀 자체가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타입이다.

“최선을 다해서 사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항상 상황을 즐기는 편이에요. 피할 수 없는 상 황이 닥치면 즐기려고 애를 쓰죠. 이것이 제 인생의 모토예요. 이번에도 무조건 즐기자고 했어요. 배우는 즐길때 최고의 연기가 나오는 거잖아요.” 최화정은 나이가 들어도 크게 변함없는 모습이다. 그녀는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로 늘 자신감을 손꼽는다. “저는 타고난 미모가 뛰어나지 않더라도 자신감 있고 미소를 잃지 않는 여자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여자들이 남자는 예쁜 여자만 좋아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요. 물론 예쁘면 기회가 많아지는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한달 연애하고 헤어질 건가요? 평범한 외모일지라도 그 속에서 뭉근히 배어나오는 자신만의 매력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자신감인 거죠.” 최화정은 자신의 원하는 스타일이 아니면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는 것이 연애의 소신. 나이가 들수록 보일게 보이면서 많은 걸 따지게 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연애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을 최대한 즐기겠다는 것이다.

“요즘은 편안한 남자에게 자꾸 끌려요. 요리와 운동까지 잘하는‘김명민’같은 남자…”

“먼저 눈높이를 조절해야겠죠. 그리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나이가 들면 들수록 새로 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어요. 소개팅도 좋고 친구들과의 모임도 좋 고… 기회는 부지런한 사람에게 돌아오게 마련이니까요.” 아직 싱글인 그녀.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는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화정은 자신과 결혼하게 될 남자는 ‘땡 잡는것’이라고 자신 있게 밝혀왔다.

“아직까지 느낌이 통하는 남자를 만나지 못했어요. 제가 원하는 남자는 한마디로 요리와 운동을 잘하는 ‘김명민’같은 남자예요. 주변에서는 ‘편안한 사람이랑 결혼하는게 장땡이다’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결국 사랑은 처음엔 강한 끌림, 그리고 편안함으로 마무리되는 감정인것 같아요.” 최화정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파워타임’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그녀가 직접 쓴 자신의 프로필이 나온다. 혈액형 A형, 취미는 외국 여행, 운동, 식당 순례, 독서이고 특기는 정확한 느낌 갖기, 맛 알아맞히기, 그리고 버릇은 잠들기 전 꼭 책을 읽는다는 것.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아쉬울 것 없는 화려한 싱글이다. 그녀는 여행 다니고 맛있는 것 먹으러 다니며 현재의 삶을 200% 즐기며 살고 있다.

최화정은 벌써 10년 넘게 라디오 DJ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렇듯 오랜 시간 장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한 노력과 재능이 뒤따랐기 때문에 가능한 일. 매일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라디오는 그녀에게 감각을 잃지 않도록 적당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준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는 예전처럼 에너지가 다시 넘쳤고, 조금 더 깊어졌다. 꽤 오랜 기간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던 최화정. 그 동안 겪었던 경험들은 그녀에게 인생을 성숙하게 살아가는 내공을 선사한 듯 보였다.

취재_모은희 기자 사진_임효진 (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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