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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우편 '스피드 경영'核 부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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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스피드경영'이 새로운 기업경영 기법으로 떠오르면서 이를 추진할 강력한 수단으로 전자우편(E메일)이 주목받고 있다.기업들이 수년간 실시한 성과가 하나하나 수치화돼 나오면서'현대판 축지법(縮地法)'전자우편이 기업경영의 중심축으로 떠올랐다.

삼성그룹의 경우 올들어 임직원들의 하루평균 전자우편 이용횟수가 50만건을 넘어섰다.한사람당 2.5번 꼴로 전자우편을 이용하고 있는 셈.지난 95년 10만건이 채안되던 것에 비하면 2년만에 5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사내 네트워크를 통한 전자우편이 비용절감.생산성향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전자우편 이용 급증이유를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국내 본사와 세계 1백34개국,3백40여개 주요 도시에 있는 해외지사간에 그룹 네트워트'싱글(SINGLE)'을 통한 전자우편 이용으로 매달 통신비용을 최고 90%까지 절약하고 있다.싱글을 이용할 경우 국제전화의 효과를 살리면서도 각국의 시내전화요금만 지불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 그룹 임직원은 전자우편기능 외에 싱글안에 웹으로 구축한 주요뉴스.출장정보.법률정보등 27개의 데이터베이스(DB)를 언제 어디서나 조회할 수 있다.

금호그룹은 그룹전산망'멀티피아'를 본사와 해외지사는 물론 부장이상 간부들 집에까지 연결해 놓았다.이들은 퇴근후에라도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전자우편을 올린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전자우편을 통한 전자결재시스템이 정착되면서 종전 반나절 이상 걸리던 결재가 즉시 판가름난다”며“임직원 1인당 3시간 가량 절약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사내 네트워크를 통한 전자우편이 현대경영의 요체인'시(時)테크'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전자우편 이용에는 최고 경영자라고 예외가 없다.삼성SDS 남궁석(南宮晳)사장은 지난달 미국 출장중 싱글.유니텔을 통해 수시로 업무보고를 받은 것은 물론 오히려 출장중 보고 들었던 내용을 전임직원에게 전자우편을 통해 현지에서 전달하는 기민함을 보이기도 했다.

南宮사장은“앞으로 기업경영에 꼭 필요한 스피드경영은 전자우편을 통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해외업무가 많은 현대종합상사.현대상선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그룹 박세용(朴世勇)사장의 경우 세계 13개국에 있는 67개 해외지사에서 수시로 그룹전산망'하이밴'을 통해 보고를 받아 즉시 결재함으로써 업무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대우그룹도 해외에 나가 있는 임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해외임원정보시스템'을 구축,그룹이 강조하는 해외경영을 가시화시키고 있다.

전자우편은 기업문화의 깊숙한 부분까지 바꿔놓고 있다.

'이지워크'란 그룹전산망을 이용하고 있는 LG그룹은 계열사간 문서를 주고받던 팩시밀리가 사라진 것은 물론 보고.결재를 위해 사장실에 줄지어 서있는 모습도 최근엔 거의 사라졌다.

계열사인 시스템통합업체 LG-EDS시스템 회사벽에는 게시판이 사라졌다.사내전산망의 전자게시판에 내용을 수록하면 다른 임직원들이 수시로 검색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이 회사는 전자사보까지 발행하고 있다.입사희망자들의 지원서까지도 전자우편으로 받아 처리하고 인사고과.부서간 이동도 사내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한다.

회의방식도 과거에는 각종 회의내용을 전달할 경우 부서원을 모아놓고 해야했지만 이제는 전자우편을 통해 전임직원에게 전달가능하다는 것. 당장 효과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전자우편은 조직활성화에도 큰 도움을 준다.아시아나항공은 전 임직원들이 자신의 생일날 한차례씩은 필수적으로 최고 경영자에게 경영제안을 전자우편으로 보내는 것이 의무로 돼 있다.

삼성그룹의'온라인 대화창구'도 마찬가지.최고 경영자들은 이같은 창구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의사를 결정하며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줄인다.

그러나 전자우편이 기업문화에 끼치는'역작용'도 만만치 않다.전자우편의 효율을 강조하다보니 육성(肉聲)을 주고 받으며 나눠온 끈끈한 동료애에 어쩐지 구멍이 뚫린 것같다.

한밤중에도 기업 네트워크망에 들어가 상사의 업무지시를 받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이같은 부작용을 해소하는 배려도 스피드경영이 지향하는 목표와 함께 깊은 연구대상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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