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우승자중 랭킹 최하위 - 프랑스오픈 평정한 쿠에르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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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열정의 삼바리듬'은 강렬했다.

브라질의 구스타보 쿠에르텐(20)이 롤랑가로 코트에서 일으킨'프랑스대혁명'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무명선수의 프랑스오픈 정복.더욱이 세르히 브루게라(스페인)와의 결승전은 97프랑스오픈테니스대회에 불어닥친'대란'의 화려한 대미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자신감 넘친 톱스핀과 드롭샷,각도깊은 스트로크와 과감한 공격,3-0완승.3년만에 프랑스오픈 정상복귀를 노리던 브루게라는 쿠에르텐 드라마의 완성을 위한 조연에 불과했다.

쿠에르텐의 랭킹은 고작 66위.2회전에서 스웨덴의 강호 요나스 브요크먼을 격파할 때만 해도 화려한 색감의 셔츠와 사이클팬츠가 눈에 띄는 선수에 불과했다.

그러나 쿠에르텐이 3회전에서 95년도 패자 토마스 무스터(오스트리아)를 제압하자'파리'는 흥분하기 시작했다.쿠에르텐의 삼바는 더욱 화려해졌다.8강에서는 지난해 우승자 예브게니 카펠니코프(러시아)마저 격침시켰다.그리고 결승에서는 1시간50분,80년이래 최단시간 결승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등극했다.

첫 투어대회타이틀을 그랜드슬램대회우승으로 장식한 쿠에르텐은 이 대회 우승자중 가장 랭킹이 낮은 선수,시드를 배정받지못한 선수로는 82년(매츠 빌란데르)이후 15년만의 우승,브라질선수사상 첫 그랜드슬램정복,남미선수로는 90년 안드레 고메즈(에콰도르)이래 7년만의 우승등 화려한 기록들을 양산했다.

산타카타리나 출신의 쿠에르텐은 8세 되던해 그의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가 심장발작으로 숨지는 아픔을 겪어야했다.그는 94년 프로에 데뷔한뒤 3년만에 4백21위에서 66위까지 뛰어올랐지만 이번 대회이전까지 말그대로'무명'이었다.그러나 쿠에르텐은“아버지의 영전에 그랜드슬램 우승컵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기어코 이뤄냈다. 신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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