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사적 이해 내세운 정부기관 비방 자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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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공정거래법을 폐지할 생각은 없으십니까.”지난 6일 오전11시 SBS TV로 중계된'민생대토론회' 석상에서 자칭 모범 기업인이라는 모 중소기업 대표가 불쑥 꺼내놓은 질문이다.공휴일(현충일) 늦은 밤에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5개 경제부처 장관과 각계 인사들이 모여 진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공개석상에서 한 기업인이 사사로운 이익과 관련된 발언을 한 것이다.

어떤 제품의 품질이 우수한지 여부는 그것을 생산한 기업인의 주장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발언자 N씨는 모 식품회사 대표로서 자신이 생산한 조미료를 J식품회사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납품해 왔다.

그러나 소비자 외면으로 판매가 극히 부진하자 J사는 판매 4개월만에 동품목의 판매를 포기하고 J사 상표가 부착된 기생산 제품을 모두 인수하고 계약을 해지하였다.

이와 관련,N씨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요구한 것은 주로 J사와의 거래로 인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손실을 보상해 달라는 것이었다.

개인간의 이해관계에 관한 다툼은 기본적으로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공정거래법이 다루어야 할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N씨의 경우는 중소기업인임을 감안,혹시 J사의 거래상 우월적 지위남용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였다.

그러나 양 당사자의 주장이 크게 다르고 N씨의 주장을 입증할 자료가 전혀 없어 위원회의 공식적인 의사결정기구를 거쳐 공정거래법에 의한 조치가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결정한 것이다.

어떠한 법이건 행위사실 자체가 입증되지 아니한 행위에 대해 처벌하지 못함은 기초적인 상식이다.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N씨에게 자세히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사소한 사적 이익 달성을 위해 전국민이 시청하는 공개석상에서 거짓 사실을 근거로 특정 정부기관을 비방하고 국가의 중요 경제법 폐지를 주장한 행위는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아니하고 묵묵히 일하는 관계 공직자에 대한 중대한 모욕임은 물론 국가공권력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행위로 인해 피해를 보게된 양심적인 사업자의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보호할 뿐이며,공정거래법에 대한 무지나 고의에 의한 어떠한 비난이나 압력도 공정거래법의 적용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함을 다시 한번 명백히 해두고자 한다.

임석규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촉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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