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위원장독주 정치판 변화예고 - 새바람 부는 신한국당 지구당대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선 대의원을 선출하는 신한국당의 지구당대회에 산뜻한 새바람이 불고 있다.이상희(李祥羲.부산남갑)의원등 일부 위원장들이 일방적 지시에서 자유선택으로 대의원을 해방시킨'사고의 혁신'에 자극받은 움직임이다.

…전국 67개 지구당에서 지구당정기대회가 대거 실시된 9일.위원장 대부분은 특정후보 지지의사표명을 자제,중립을 표명했고 “정권재창출을 위해 대의원들의 의견과 민심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대의원 선출기준도 위원장의 의중을 무소신으로 따라가는'예스맨'일색의 과거와는 달리 당비납부실적,지구당회의 출석실적,지역.상하위당직 배분등 비교적 '합리성'을 가미하려는 노력들이 엿보였다.

모 주자 지지인사로 알려졌던 장흥-영암의 전석홍(全錫弘)위원장은“당내 완전민주화를 위해 대의원들이 소신껏 투표하라”고 선언했고 장흥.영암간에 대의원을 균등배분했다.양정규(梁正圭.북제주군)의원은 9일 대의원을 선출하는 운영위에 영향을 미칠까봐 자신은 퇴장하고 임시의장을 선출,회의를 진행했다.전북고창의 김주섭(金柱燮)위원장은 70여명의 운영위원들이 1인당 3명씩 대의원을 적어내게 해 이중 다득표순으로 35명의 대의원을 뽑는 진일보한 방식을 택했다.

대의원선출의 기준에도 점차 합리적 사고가 도입되고 있다.

서울은평을의 이재오(李在五)의원은 대의원피선의 요건으로 당원의 책무인 당비를 충실히 납부하고 지구당회의에 3회이상 불참하지 않은 인물로 커트라인을 그었다.

서울중랑갑의 김철기(金喆基)위원장은 아예 지구당의 교육참가및 당비납부 실적등을 기준으로 성적표를 만들었다.기본점수 이상을 얻은 인사들중 한개 동(洞)에 한명씩 동별 대표성을 감안해 대의원을 배분했다.지구당위원장 몫은 7~8명으로 국한시켰다.원주갑의 함종한(咸鍾漢)의원은 운영위의 13개분과별로 2,3명씩 대의원을 할당해줘 지역내 직능단체의 의사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칠곡-군위의 장영철(張永喆)의원은 이지역이 이수성(李壽成)고문의 고향으로 여겨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여러분의 뜻에 따라 21세기에 맞는 후보를 뽑아달라”고 오해소지의 발언을 삼갔다.그는 8개 읍.면.동별 1명씩,지구당 부위원장에서 평당원까지 상하위 당직을 골고루 안배,지역민심을 반영할 틀만들기에 전력했다.

…반면 일부 지역 위원장들은 여전히 특정후보 지지나 선별기준을 노골적으로 제시했다.공천섭(孔千燮.익산을)위원장등 전북의 몇몇 위원장들은“지역할거 타파를 위해 영남권출신은 곤란하다”며 '영남권배제론'을 강조,눈길을 끌었다.

충남연기의 박희부(朴熙富)위원장은 자신의 지지인사가 너무 알려진 탓인듯“이회창(李會昌)대표를 지지한다”고 선언하고 말았다.강원지역의 최욱철(崔旭澈.강릉을).유종수(柳鍾洙.춘천을).이용삼(李龍三.철원-화천-양구)의원등 3인은“후보지지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연합전선으로 울타리를 쳐 눈길을 모았다.

광주북을의 고귀남(高貴男)위원장은“노골적으로 지지선언은 않겠지만 대의원이 물어보면(지지인사를)알려 주겠다”는 아리송한 방식을 택했다.

…이날 대의원자유투표를 선언,사실상 대의원들을 완전히 풀어준 위원장은 박범진(朴範珍.양천갑).김철기(중랑갑).이상희(부산남갑).김채겸(金埰謙.울산울주).김석원(金錫元.대구달성).전석홍(영암-장흥).홍재형(洪在馨.청주상당).이용식(李容植.보성-화순)위원장등 8인. 여타 위원장 대부분은“대의원들에게 일임하겠다”면서 추후 다소의 여지를 남겨 놓는 모습이었고 일부는“대의원들의 자유토론에 일임”(黃性均.사천),“당선가능성 최우선”(金弘烈.서천)등의 우회적 답변. 특히 李대표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한곤(金漢坤.천안을)위원장등은“나중에 결정하겠다”며 대의원장악에 여운을 두는 모습. 한편 9일 하룻동안 7개 지구당의 정기대회가 열린 부산에선 이 지역 대의원과 일반 당원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는 박찬종고문이 5개 지구당 대회에 참석. 중도입장을 밝힌 신상우(辛相佑)사상을위원장은 대회 인사말에서“朴고문이 바쁜 시간을 내 방문해 줬다.앞으로 대의원들은 여론에 따라 투표하지 않겠느냐”며 朴고문에 대해 우회적 덕담(德談). 최훈.박승희.주정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