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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한마디] 보험료 많아 부담스러우면 보장 적고 겹치는 것 정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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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수입이 줄어 지출을 줄이려고 가계부를 살피다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보험료다. 당장 살림살이가 빠듯한데 혹시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한다는 게 호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섣불리 보험을 해약하면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특히 보험료가 많은 보험은 해지하고, 보험료가 적은 보험은 유지하는 식의 선택은 나중에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부자 고객의 자산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동양생명 김현성 수석 웰스매니저(WM)는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우선 중복되는 보험이 없는지부터 살펴보라”고 조언한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장 내용이 엇비슷한 보험을 들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꼼꼼하게 보장내역을 비교해 볼 것을 권했다. 혼자서 비교하기 어렵다면 각 보험사에 문의하면 보험별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또 보험을 일부 정리할 요량이라면, 가능한 한 보장이 적은 보험부터 정리하는 게 낫다. 김 매니저는 “암이나 뇌출혈은 한번 걸리면 많은 돈이 나가지만, 맹장염이나 비염은 적은 돈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다”며 “작은 위험을 보장해 주는 보험부터 먼저 정리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만기가 짧은 보험보다는 만기가 긴 보험을 남겨 두는 게 추가적인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실직이나 장사를 그만두게 돼 보험료를 더 이상 낼 수 없는 처지라면, 보험료를 내지 않고 보험을 유지하는 방법을 활용할 만하다. 종신보험은 감액 완납제도가 있다. 감액 완납제도는 보장액을 줄여서 보험료를 추가로 내지 않는 방식이다. 예컨대 사망 보험금이 1억원이라면 이를 5000만원으로 줄이고 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는 것이다. 이때 다른 특약은 모두 사라지기 때문에 꼭 필요한 특약은 별도의 보장성 보험을 드는 게 좋다. 김 매니저는 “보장액은 그대로 두고 보장 기간을 줄이는 연장 정기보험 제도도 있다”고 소개했다. 사망할 때까지 보장되는 상품을 65세까지만 보장받은 식으로 고치는 것이다.

일시적으로 수입이 줄거나 갑자기 큰돈을 쓰게 돼 보험료 내기가 어렵다면 자동 대출납입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해약 환급금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는 형식으로 보험료를 내고, 나중에 여유가 생겼을 때 상환하면 된다. 유니버셜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면 납입을 일시적으로 중지할 수도 있다. 단, 보험사별로 정해진 의무 납입기간을 채웠을 때만 이용할 수 있다. 김 매니저는 “보험 해약은 일시적으로 숨통을 터줄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보험료를 아끼려다 정말 큰일이 닥쳤을 때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면 사망보험에 해당하는 부분은 정기보험으로 바꾸고, 특약에 해당하는 부분은 만기 환급금이 없는 순수 보장성 보험으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현성 동양생명 수석 웰스매니저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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