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져봅시다>환승주차장 정기권 하루10시간 일주일정도면 이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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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두어달전 경기도 산본신도시로 이사간 회사원 조영우(36)씨는 의문이 생겼다.

주로 버스로 서울신사동에 있는 회사로 출퇴근하지만 한달에 평균 7~8일 정도는 자가용을 끌고 나간다.이 차는 양재동 K환승주차장에 세워두고 회사를 갔다가 퇴근 후 차를 타고 일을 본다.그런데 조씨가 곰곰히 따져보니 가끔 이용하는 환승주차료가 아예 한달 정기권을 끊는 요금보다 비싸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시 민자사업으로 민간건설업체가 20년 사용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건설한 K환승주차장은 30분당 1천원,일일주차권은 2만4천원,한달정기권은 10만원을 받고 있다.

따라서 조씨가 차를 끌고 나올 경우 오전8시~오후6시까지 하루 10시간정도를 이용하는데,2만원이 든다.결국 조씨는 한달에 다섯번 이상 차를 끌고 나오면 아예 한달주차권(10만원)을 끊는게 훨씬 유리하다는 얘기다.

하루에 5시간을 사용할 경우 하루 1만원.한달에 10일 차를 끌고 나올 경우 월 정기권을 끊는게 낫다는 결론이다.다른 곳의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조씨는“주차장을 훨씬 짧게 사용하면서도 비싼 요금을 내야 하는 것은 뭔가 요금체계가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업자들의 입장은 다르다.주차장 운영을 위한 최저수입을 고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부정기적인 고객보다는 우선적으로 고정적인 한달 정기권을 많이 파는데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차장 운영의 최대 관건은 어떻게 하면 빈자리를 최소화하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런 방침에 따라 요금을 정하다 보니 1시간을 놓고 따져볼 때 부정기적인 시간주차는 2천원,일일권은 이보다 절반 싼 1천원,한달정기권은 10분의1에도 못미치는 1백39원으로 격차가 나는 것이다.

K주차장은 수용능력이 1천1백42대로 하루평균 9백대 안팎이 주차하고 있다.이중 한달 정기권은 5백대를 채 넘지 못해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와 같은 요금체계에서는 정기권과 부정기주차차량이 반반정도가 돼야 가장 효율적인 운영과 수지구조를 맞출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때문에 주차장 업주 입장에서는 정기주차 차량을 더 확보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요금체계가 불가피하다는 것.게다가 오래 사용하는 사람에 대해 값을 싸게 해주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주장한다.

결국 한달에 최소한 1주일은 환승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 조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정기권을 끊기로 마음 먹었지만'부정기 주차에 대한 부담을 조금만 더 덜어주면 자동차 이용을 줄일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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