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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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94년부터 외국인 단순근로자를 산업기술연수생이라는 명목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는데,그 수가 이미 20만명을 육박하고 있다.소득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소위 3D기피현상으로 인해 우리 산업이 국제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 인력의 국제간 이동은 더욱 활발해지는 가운데 외국인 단순근로자의 수입에 대해서는 완전한 폐쇄나 완전한 개방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할 수가 없게 됐다.

우리나라의 외국인력수입은 그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연수생이라는 명목으로 받아들인데 문제가 있다.연수생이기 때문에 저임금에 만족해야 했고 근로기준법 등 국내 노동관련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때문에 반 이상의 외국인 연수생들이 무단이탈해 보수를 많이 받는 곳으로 불법취업해 나간 것이다.

이들 불법취업자들은 산업재해를 당해도,중간착취및 폭력에 휘말려도 아무런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해 네팔 근로자들의 명동성당 연좌농성과 같은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시켰다.외국인근로자들이 한국 노동시장에서 겪은 불공정한 대우는 급기야'어글리 코리안'으로 세계에 비쳐졌고 이로 인해 한국인 세일즈맨이 외국에서 각종 봉변을 당하기에 이르렀다.이것이 과연 세계화를 지향하는 우리 국가 시책으로서 떳떳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같이 외국인 불법취업자를 양산한 책임은 정부시책의 난맥상에 있었고

그것은 부처간의 의견불일치와 이를 조정할 권한을 주무부서인 노동부에

일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시종일관 노동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떳떳이

외국인근로자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으나 통상산업부는 중소기업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근시안적 관점에서 일본의 경험을 본받아 산업연수생

활용방안을 고집했다.불법취업을 하면 70만원을 받는데 월30만원을

받으면서 남아 있을리가 없다.

그래서 이들을 달아나지 못하게 하려고 기업에서 여권을 압류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니 국제인권단체에서는 비인도적이라고 한국을 싸잡아 욕하게 된

것이다.연수생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기업은 결국 시장임금을 다 주면서도

연수생이란 명목으로 착취한다고 비난받는 것이다.여기에다 송출국 중간

브로커들의 농락으로 인해 일본식 연수생제도는 더 이상 지탱할 명분이 없게

됐다.

대만.싱가포르는 세계화에 걸맞은 인력확보제도를 법제화해 기업을

살려주고,심지어는 교육받은 자국 여성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외국인

가정부까지도 수입하고 있다.물론 그들은 모두 고용계약제로 노동부의

허가를 받아 수입되고 있는 것이다.우리도 당당하게 법을 고쳐 편법이 아닌

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법고용은 그 형태와 원인 여하를 막론하고 단속해야 한다.노동시장의

유연화(柔軟化)시책에 부합되도록 종합적 인력수급정책 테두리 안에서

외국인근로자의 수를 탄력적으로 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사용자단체의 하나인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아니라 노동부 직업안정국이 그

관리기능을 맡아야 할 것이다.

위장결혼을 해가며 불법입국하거나 악성 질병을 가진 외국인근로자의

입국은 철저히 막되,고용허가를 받은 합법적 취업자에 대해서는 인권침해나

비인도적 대우는 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외국인근로자의 입국으로 인해

유발되는 사회적 비용을 충당하고 외국인근로자 도입이 산업의 구조개편을

지연시키는 효과를 상쇄하기 위해 외국인고용주에게는 일정액의 분담금을

부과시켜야 할 것이다.

우리도 한때 취업이민으로 해외에 나가 눈물섞인 빵으로 배를 채웠던 것을

생각하고 올챙이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이들을 외국손님으로

우대하라는 뜻이 아니다.불법취업이라는 어두운 지하로부터 나와 투명하게

합법적 고용을 통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고 우리 경제발전에도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이다. 김위곤 경희大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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