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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 “가자 다 파괴돼도 휴전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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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스라엘이 가자시티의 유엔 건물과 병원, 외국 특파원 사무실을 15일(현지시간) 공격한 뒤 국제사회의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를 의식한 듯 16일 미국과 휴전안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칼레드 마샤알은 이날 휴전안 수용을 거부했다. 이에 앞서 로이터통신은 하마스가 이집트를 통해 1년간 조건부 휴전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휴전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서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날까지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은 1100명을 넘어섰으며, 부상자는 5100명에 달한다.

◆국제사회의 분노 폭발=유엔이 16일 긴급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무차별 폭격에 대해 비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미겔 데스코토 유엔총회 의장은 “이스라엘이 가자시티 내 유엔 건물 등을 공격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스라엘 때문에 가자시티가 불타는 지옥으로 변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엔 결의로 1948년 건국에 성공한 이스라엘이 유엔을 무시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유엔의 가자지구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고 덧붙였다. 국제 앰네스티(AI)도 이스라엘이 저지른 전쟁 범죄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진상 규명이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외 거주 유대인들조차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있다. 영국 집권 노동당의 유대인 출신 제럴드 카우프만 의원은 “팔레스타인 희생자 대부분이 전투원이라는 이스라엘의 주장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의 주장과 같다”며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나치에 비유했다. 카우프만 의원은 “이제 영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행동과 정책을 용납해서는 안 되고 무기 금수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에서 나치에 의해 쫓겨나 영국으로 이주했다.

◆휴전 협상 난항=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의 휴전 협상이 또다시 난항을 겪고 있다.

마크 레게브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16일 “안보내각 회의에서 휴전 수용 여부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이날 실무협상단장인 아모스 길라드 외교군사정책국장을 이집트 카이로에 다시 파견했다. 전날 카이로에서 돌아온 길라드 단장은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검토한 내용을 토대로 중재국인 이집트 측과 세부적인 휴전 이행안을 놓고 조율 작업을 벌였으나 별다른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스라엘은 또 치피 리브니 외무장관을 미국 워싱턴으로 보내 하마스의 무기 밀수 방지를 위해 상호 협력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미국과 체결토록 했다. 카이로 실무협상단과 리브니 장관이 돌아오는 주말에는 이스라엘 안보내각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여기서 휴전안 수용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16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철군하고, 국경통과소를 개방하면 1년간 휴전하겠다는 입장을 이집트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칼레드 마샤알 하마스 최고 지도자는 이날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랍 긴급 정상회의에 참석해 “가자지구 내 모든 것이 파괴된다 하더라도 이스라엘의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공격을 중단하고 가자지구에서 완전 철수해야 한다”며 “가자지구 봉쇄 정책을 철회하고 라파 국경을 개방하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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