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고에 8회말 뒤집기…광주동성·춘천고도 16강에

춘천고가 28일 서울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제39회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중앙일보.대한야구협회 공동 주최, KT 후원) 1회전에서 팽팽한 투수전 끝에 경남고를 2-0으로 꺾고 16강에 올랐다. 광주 동성고는 제주관광고를 11-0, 7회 콜드게임으로 물리쳤고, 배재고는 난타전 끝에 강릉고를 7-5로 제쳤다. 천안북일고는 경기고에 4-3으로 재역전승, 16강에 합류했다.

▶ 배재고-강릉고 경기. 1회 말 배재고의 2루 주자 이동경이 후속 타자 신종엽의 안타 때 홈까지 뛰어들었으나 태그아웃되고 있다.[강정현 기자]

◆동성고 11-0 제주관광고

선수가 10명뿐인 제주관광고가 언제까지 버틸지가 관심사였다. 제주관광고는 4회까지 강하게 저항했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다. 동성고는 5회 초 타자 일순하며 6점을 뽑았고, 7회 초 2점을 보태 경기를 마무리했다. 제주관광고는 7회 말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으나 후속 타자 불발로 영패를 당했다. 150㎞대 강속구를 던지는 동성고 '괴물투수' 한기주는 출전하지 않았다.

◆춘천고 2-0 경남고

0의 행진은 9회 초 춘천고 공격 때 막을 내렸다. 1사 후 이정민이 중전안타로 출루했다. 박경진이 아웃됐으나 2사 2루에서 5번 타자 이인영의 타구가 우중간을 갈랐다. 이정민이 홈을 밟았고, 박승완의 3루타로 이인영마저 홈인했다. 춘천고 선발 양승진은 5피안타.2사사구.9탈삼진으로 완봉승했고, 경남고 김유신은 8회까지 2피안타.2볼넷.6탈삼진으로 호투했지만 패전투수가 됐다.

◆배재고 7-5 강릉고

1회 초 강릉고에 2점을 내준 배재고는 1회 말 5안타로 3득점, 경기를 뒤집었고, 2.3.4회에도 1점씩 보탰다. 4회 초 1점을 만회한 강릉고는 6회 초 2점을 추가해 5-6까지 따라붙었으나 에이스 노경우가 구원등판한 배재고를 더 이상 공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릉고 투수 김현일과 포수 김현석은 한국야구사에서 첫 쌍둥이(김현일이 형) 배터리로 눈길을 끌었다.

◆천안북일고 4-3 경기고

천안북일고가 1-0으로 앞선 4회 초, 한기주.김성훈(인천고)과 함께 투수 '빅3'로 꼽히는 천안북일고 에이스 유원상이 경기고 이해창에게 3점 홈런을 맞았다. 그러나 4번 타자이기도 한 유원상은 6회 말 1타점으로 추격의 발판을 놓았고, 8회 말 홍석환의 2루타 때 직접 홈을 밟아 역전 결승 득점을 올렸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빅리그 스카우트들 "보물을 찾아라!"

28일 동대문 야구장. 홈 플레이트 뒤쪽 관중석에 외국인들이 모여 있다. 한국 야구 스타의 산실인 대통령배 고교야구를 보러온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다.

LA 에인절스, 미네소타 트윈스, 뉴욕 메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필라델피아 필리스 등 다섯 팀이 스카우트를 파견했다. 수시로 스피드건을 쳐다보면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하는 이들의 가방 속에는 각종 자료가 잔뜩 들어 있다.

"고교 야구 수준은 아시아에서 한국이 최고다." 찰리 김(34) 에인절스 극동담당 스카우트의 말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김병현(콜로라도 로키스)을 스카우트한 클레이 대니얼(현 에인절스 국제 스카우트 팀장)은 "한국 고교 선수들이 체격도 좋지만, 대만이나 일본 선수들에 비해 근성과 투지가 일품"이라고 말했다.

스카우트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선수는 광주 동성고 투수 한기주. 한기주는 좋은 체격조건과 시속 150km를 넘는 볼 스피드, 자로 잰 듯한 제구력까지 어느 하나 흠잡을 데 없다는 평이다. 그러나 한기주는 이날 등판하지 않아 스카우트들의 애를 태웠다.

한기주를 "박찬호를 능가할 자질을 갖춘 선수"라고 평한 찰리 김은 "하지만 한국 프로 구단과의 치열한 경쟁과 한국야구위원회의 갖은 제약 때문에 그를 데려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한기주 외에도 3~4명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