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농유화 인수한 용산은 어떤 회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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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용산은 어떤 회사인가. 대농계열의 주력 화학업체를 한 무명 중소기업이 인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기업 인수.합병(M&A)관련업계에 번지는 궁금증이다. <본지 5월26일자 25면 참조> 기업규모나 인지도로 볼때 대농유화 정도의 대기업을 선뜻 2백50억원(지분50%)이나 주고 사들일 여력이 있느냐는 의문이 그것이다.

용산은 지난 55년 화물운송업체로 창립돼 오늘날 빌딩임대업.도소매.서비스업등에 손대고 있지만 장외등록 관계사인 한일흥업(레미콘업종)을 제외하면 돈벌이가 신통치 않은 편이다.자본금 12억원으로 지난해 매출 32억원에 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서울용산구갈월동 성남극장 맞은편 지상11층 사옥에서 나오는 사무실 임대료가 주수입원일 정도다.다만 상호에서 엿보이듯 40년 넘게 용산구 터전을 고집해온 탓에 지역주민들은'용산'이란 이름을 꽤 아는 편이다.

용산 관계자는“대농유화 인수자금 거의 대부분이 용산 김기준(金基俊.48)사장의 개인자금에서 나왔다고 보면 된다”고 귀띔했다.창업자 김덕문(金德門.81)회장 장남인 그는 상장 화학업체인 영우화학(현 한솔화학)을 10여년 운영해 오다 94년 한솔그룹에 넘긴뒤 화학업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대농측도“계열사 매각이 이처럼 빨리 성사된 것은 용산측이 무척 적극적으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용산은 겉보기완 달리 영우화학 매각대금을 포함해 오너측에 막대한 자금동원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웬만하면 돈을 꾸지않기 때문에 시중은행에도 용산에 대한 기업자료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용산 갈월동사옥에 입주해 있는 외환은행 남영동지점 관계자는“용산에 대한 여신은 없고 예금만 있다”면서“워낙 조용한 기업이어서 대농유화 인수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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