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보호하고 청소년 피해도 막으려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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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안상돈 형사1과장은 14일 대중문화작가협회 회원들과 만났다. 무더기 저작권 소송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한 무협소설 작가가 “저작권 보호에 우리의 생계가 달려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부인과 자녀를 둔 그에게 소설은 유일한 생계수단이다. 그런데 지난해 책을 내놓자마자 온라인에 소설 파일이 나돌기 시작했다.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파일 공유 사이트 등에서 편당 20~30원에 내려 받아 간다는 사실이었다. 작가는 “석 달을 작업해 8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안 과장은 회의 며칠 전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한 청소년의 아버지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아버지는 “건설판 일용직이다. 합의금으로 80만원을 요구하는데, 내 월수입이 100만원이 안 된다. 자식을 전과자 만들 수도 없고 미치겠다”고 하소연했다.

두 목소리는 저작권법 보호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무차별적인 소송에 따른 청소년들의 피해도 막아야 하지만, 저작권 보호도 시급한 문제다. 검찰과 협의하고 있는 경찰의 고민도 다르지 않다. 경찰청 이상식 마약지능수사과장은 “초범에 미성년자, 그리고 비영리 행위 등 여러 가지 기준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비영리적인 콘텐트 사용에 대한 처벌을 놓고 논란이 적지 않다. 법무법인 상록의 장주영 변호사는 “콘텐트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비영리 목적으로 개인이 사용할 경우 형사처벌을 제한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에 대한 기준이 전혀 없었다” 고 말했다.

단국대 손승우(법학) 교수도 “경중에 관계없이 무조건 처벌이 가능한 지금의 저작권법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 고 지적했다.

저작권 교육도 시급하다. 대검은 지난해부터 경미한 저작권법 위반 청소년에 대해선 수도권에 한해 저작권위원회가 주관하는 교육을 이수할 경우 기소를 유예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교육을 받은 청소년은 200여 명에 그친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청소년들이 가족의 이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교육 대상자를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수많은 인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교육시킬 수 있을지도 고민”이라고 설명했다.

강인식·장주영·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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