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무원=평생 직업’ 사라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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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한 번 임용하면 정년까지 보장해 주는 일본의 국가공무원 제도가 본격적으로 수술을 받게 됐다. 기존 공무원 채용시험 제도가 폐지되고 2012년부터 새로운 선발 제도가 시행될 예정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15일 보도했다. 또 고위 간부는 공모를 통해 선발함으로써 자동으로 승진하는 관행이 사라진다. 중앙부처 고위 간부 인사를 일원화해 관리하는 내각 인사국은 내년 4월 설치된다.

총리 직속 내각부는 이날 ‘국가공무원 제도 개혁 추진본부 고문회의’에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공무원 개혁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달 중 각의 결정까지 끝낼 방침이다.

개혁안의 핵심은 우리의 행정고시에 해당하는 1종 시험 합격자가 각 부처에 들어가 간부 코스를 밟게 되는 현행 ‘커리어 시스템’을 폐지하는 것이다. 새로운 채용시험 제도는 국제 감각과 대응 능력 등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할 예정이다. 시험 시행 방안은 연내에 결정하고 시험 자격과 과목 등은 내년 초 공표된다.

새로운 채용 제도는 일반 기업의 승진 제도와 사실상 같은 구조로 운영된다. 관청에 들어간 뒤 10~15년에 걸쳐 실적에 근거해 초급 간부까지 올라가되 이 기간 중 전문적인 연수와 업무 능력을 검증받아 고위 간부로 육성되는 것이다. 공무원의 전문성을 감안해 신분은 보장해 주되 저절로 승진하는 관행은 깨겠다는 취지다. 근본 목적은 기존 제도와 관행에 따른 특권을 없애려는 것이다. 일본 공직사회에서는 1종 시험에 합격하면 ‘커리어 공무원’으로 고착되면서 60세 정년까지 자동으로 고위직까지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1종 시험 출신이 중앙부처 과장급 이상의 88%를 차지해 조직 경직 등 폐해가 만만치 않았다.

‘평생 직장’ 보장이 안 되는 대신 공무원의 노동협약 체결권은 허용해 줄 방침이다. 최종 도입 방안은 올해 안에 마련하고, 내년에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비위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엄격해진다. 중대 과실을 저지른 경우엔 퇴직 이후에도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연내에 마련할 계획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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