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동아시아대회 결산>上. 알뜰한 대회운영 합격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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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부산 동아시아경기대회는 그동안 국내에서 개최됐던 국제종합스포츠대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돈을 적게 쓴'내핍대회'의 모델을 제시했다고 볼수 있다.

86년 아시안게임이나 88년 서울올림픽등 지금까지 국내에서 열렸던 대규모 스포츠행사는 대부분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화려하게 치러졌다.그러나 이번 대회는 총비용 3백36억원중 국비 29억원과 체육진흥기금 50억원등 79억원만 보조받았다.나머지는 부산시 보조금 1백17억원,공식후원업체등 자체수익 1백40억원등으로 충당했다.

특히 경기장이나 선수촌은 기존시설을 그대로 활용,비용절감을 극대화했다.구덕운동장과 사직종합운동장등 14개 경기장중 신설된 시설은 한곳도 없었고 개보수 비용도 최소한인 40억원정도가 투자됐다.선수촌도 기존 6개 호텔과 2개 콘도에 각국 선수와 임원을 종목별로 분산 수용,막대한 선수촌 건설 비용을 절약했다.또 대회에 사용되는 많은 물자를 구입하기보다 빌려 조달하는'구두쇠 살림'으로 경비를 줄였다.각 사무실에 비치된 사무기기등은 유료로 임대했고 컴퓨터 단말기는 협력업체로부터,의전차량은 부산시 각 기관에서 무상으로 빌려 사용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가 부산이 개최할 2002년 아시안게임의 리허설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운영상 개선해야할 점도 적지않았다.

대회조직위가 기존 공무원 인력을 활용한다는 취지아래 대회에 경험이 많은 체육인이나 전문행사요원을 배제하고 경험없는 공무원들로 조직위원회를 구성해 곳곳에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근래 국제대회에서 항상 민감한 사항으로 떠오르고 있는 대만문제나 외신취재문제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가 없었던 점은 이번대회 오점으로 지적된다.

조직위는 대만 교육부장관의 신분카드를 바꾸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러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됐다.

일부 경기장에서는 과도한 경비조치로 외신기자들이 한때 취재 거부소동을 빚기도 했다.

특히 각 경기장에서 국제대회의 기본인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도 이번 대회 과오로 꼽을 수있다. 부산=제정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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