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아온 70억 大選자금 도화선될까 경계 - 검찰, 김기섭씨 사법처리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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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6일 오후 김기섭(金己燮)전 안기부운영차장을 소환,밤샘조사를 벌인 검찰이 金전차장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로 고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金전차장이 이권 대가성 금품에 큰 욕심을 부린 것 같지는 않다.하지만 수사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일부 드러난 혐의를 그냥 덮을 수는 없다”며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금까지 검찰 주변에선 김현철(金賢哲)씨보다 오히려 金전차장이 먼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또 4년여간 국가 최고정보기관 요직을 지켜온 그에 대한 검찰 소환은'고위공직자 소환=구속'이란 중수부 수사관행과 맞물려 일찍부터 사법처리가 예견돼 왔다.

그러나 검찰은 14일 현철씨 소환계획을 발표하면서“金전차장 소환 여부는 추후 결정할 것”이라며 소환 자체에 소극적 입장을 보였고,15일 소환을 결정하고도“金전차장의 법적 신분이 피의자로 굳어진 것은 아니다”고 발을 빼기도 했다.

변칙 실명전환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안된다는 대법원 확정판결로 金전차장의 현철씨 비자금 관리행위를 처벌할 수 없는데다 검찰이 포착한 金전차장의 비리 혐의도“여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검찰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金전차장 조사에 검찰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가 한솔그룹 조동만(趙東晩)부사장에게 맡겨 관리해온 70억원의 현철씨 비자금 성격이 갖는 잠재적 폭발성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자금추적 결과 현철씨는 이성호(李晟豪)전 대호건설 사장을 통해 비자금'증식'과'세탁'을 계속해오다 95년 지방선거 직후부터 金전차장에게 비자금 관리를 맡겨온 사실이 드러났다.더구나 이 자금이 92년 대선자금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일부 단서도 포착됐다는 것이다.

또 안기부장과 김현철.김기섭씨의 극비회동 사실이 알려지면서 심기가 불편해진 수사팀이 金전차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칫 안기부쪽과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검찰 수뇌부로선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검찰이 金씨에 대해 사법처리 불가피쪽으로 기운데는 무엇보다 무혐의 처리할 경우 혼란한 시국을 수습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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