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내 옹벽11곳 긴급점검 소동 - 돈암동 한진아파트 사고현장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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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제 아파트까지 무너지는 것 아니냐.” 20층짜리 고층 아파트를 지탱하던 축대가 순식간에 무너지자 인근 우촌초등학교와 아파트단지안 노인정.유아원등으로 긴급대피한 주민들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주민들은 특히“완공 2년도 안된 상태에서 벽체에 금이 가는등 부실공사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며 마구잡이식 도심재개발에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가 나자 119구급대등 구조차량이 사고발생 20여분만에 도착했으나 사고현장으로 통하는 진입로가 비좁은데다 주차차량등과 엉켜 구조작업이 늦어졌다.

특히 사고발생 3시간이 넘도록 흙더미를 제거할 포클레인등 구조장비가 사고현장에 진입조차 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209동 주민 이병선(李炳善.28.회사원)씨는“오후2시30분쯤 지진이 일어난 듯'따따따'하는 소리가 나 베란다에 나가보니 베란다밑 축대가 주저앉으며 순식간에 상가건물을 덮쳤다”고 말했다.일부 매몰된 상가건물 안에는 중.고교생 학원이 입주해 있으나 휴일이어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이날 사고로 209동 축대와 접한 북쪽 건물 1백20가구 5백여명의 입주민들이 우촌초등학교와 단지안 노인정 두곳및 유아원으로 분산대피했다.

…사고당시 공중전화를 걸다 흙더미에 매몰돼 숨진 金미정씨의 가족들은 망연자실.급히 연락받고 사고현장으로 달려온 金씨의 아버지 金영호(65)씨와 남편 崔완석(31.회사원)씨는 흙더미 속에 삐죽이 드러난 공중전화 부스를 보며“살아있을지도 모른다”며 흙을 움켜쥐고 오열.숨진 金씨는 이날 한진아파트에 도착해 과외학생 집에 전화를 걸다 변을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진아파트는 209동 외에도 11군데의 옹벽이 있어 관리사무소와 서울시측은 긴급점검에 나서는등 법석.한편 주민들은“아파트가 두부분으로 나뉘어 건설돼 안전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돼왔다.정밀안전진단을 시공사측에 건의했으나'안전하다'는 이유로 묵살됐다”고 말했다.

정제원.고수석.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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