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판에 오른 정치인- 미국 공화 모금연회,25만弗내면 원하는 의원과 식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메뉴를 보고 고르십시오.모두 정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만 가장 비싼 코스가 역시 가장 좋습니다.” 어느 고급 식당 웨이터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 공화당이 13일(현지시간)저녁 워싱턴 힐튼 호텔에서 모금 연회를 열며 기부자들에게 제공한'정치자금 메뉴'의 기본 원칙이다.이 메뉴를 보면 정치인들을 식사 내놓듯 한다는 생각이 들게 돼있다.

저녁 연회,다음 날 아침.점심까지로 이어지는 이번 행사의 가장 비싼 메뉴는 25만달러짜리. 저녁 연회때 가장 상석에 앉아 폼을 잡는 것부터 시작해 다음날엔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인 트렌트 로트 의원,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과 함께 아침을 들고 점심은 상.하원 위원회 위원장등 공화당 중진중'원하는 인물'과 나눌 수 있다.로트.깅그리치 의원과는 사진도 함께 찍도록 예정돼 있다.게다가 공화당 소속 주지사들과의 비공개 리셉션도 제공된다.이쯤되면 진짜 식사 메뉴는 문제가 아니다.상.하원을 장악하고 법안의 향방을 좌우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 원하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부금 규모가 작아지면 표에서 보듯 식사 메뉴가 아니라 '정치인들에의 접근'기회가 금액에 따라 차례로 줄어든다.

가장'대중적'인 메뉴인 1만5천달러짜리는 비록'원하는 인물과'라지만 평범한 의원들과의 리셉션.연회만이 제공될 뿐이다.

이번 행사의 모금 목표액은 1천1백30만달러. 지난해 선거 이후 워싱턴 정가가 민주.공화당 할 것 없이 모두 정치자금 스캔들에 휘말려 여론의 지탄대상이 되고 있어도 정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이 없는 한 계속 열 수밖에 없는 행사중 하나다.

이날 연회가 열린 힐튼호텔 앞에서는 커먼 커즈등 민간감시단체들이'정치인들 팝니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살찐 고양이'(돈많은 기부자)를 그려넣은 가짜 달러를 뿌리며 정치제도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김수길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