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구정’은 일본식 한자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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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설이 다가오고 있다. 설은 추석·한식·단오와 더불어 4대 명절의 하나로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세시풍속 대부분이 설과 정월 대보름 사이에 집중될 정도로 설은 ‘민족의 잔치’로 자리하고 있다. 설은 음력 1월 1일에 치러지는 명절이며, 구한말 양력이 들어온 이후에도 이 전통은 굳건히 지켜졌다.

한일병합(1910년)으로 일본 식민통치가 본격화하면서 일제는 우리 문화를 말살하기 위해 우리 명절을 부정하고 일본 명절만 쇠라고 강요했다. 특히 우리 설을 ‘구정’(옛날 설)이라고 깎아내리면서 일본 설인 ‘신정’(양력 1월 1일)을 쇠라고 강요했다. 이때부터 ‘신정(新正)’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구정(舊正)’이라는 일본 말이 쓰이기 시작했다.

당시 일제의 강압에 맞서 “양력설을 쇠면 친일매국, 음력설을 쇠면 반일애국”이란 구호를 외칠 만큼 설 명절에 대한 우리의 의식은 깊었다고 한다. 일찍부터 서양 문물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일본은 메이지(明治)유신 이후 음력을 버리고 양력만 사용해 왔다. 지금도 일본은 양력설을 쇠고 있다.

‘구정’은 일본식 한자어로, 일제가 우리 설을 격하하기 위해 사용한 말이다. 따라서 가급적 ‘구정’이라 부르지 말고 ‘설’이라고 해야 한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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