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모부투 32년 독재 - 반군 수도 입성 임박 경제재건등 과제 산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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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자이르 내전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7일 자이르를 떠나 현재 가봉의 리브르빌에 있는 모부투 세세 세코 대통령이 사실상 망명했으며 로랑 카빌라가 이끄는 반군의 킨샤사 입성이 임박해 모부투 정권의 붕괴가 목전에 달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자이르정부는 아직까지도 모부투가 9일 귀국할 것이며 정부군이 킨샤사 동쪽 1백90㎞ 지점에 위치한 전략요충지 켄지에서 반군의 진격을 효과적으로 저지하고 있다며 이와같은 주장들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등 대다수 서방국들은 반군이 국토의 4분의3 이상을 장악한데다 모부투정권의 부패와 경제난에 지친 국민들이 이미 모부투에 등을 돌린 상태라 사실상 정권이 몰락했다고 보고 그에 대한 사임압력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켄지에서 반군의 공세를 저지하고 있는 병력은 자이르정부군이 아닌 앙골라반군조직(UNITA)과 프랑스 용병들이다.

때문에 그들이 언제 전선을 이탈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여기다 지난 32년간 자이르를 통치해온 모부투의 건강마저 아주 악화돼 모부투의 시대는 사실상 종식된 것이나 다름없다.

장기집권을 해온 모부투정권의 종말을 가져온 직접적 계기는 종족갈등이다.

자이르정부가 지난해 10월 자이르 동부지역에 대대로 거주해온 30만명의 투치족에 대해 자이르를 떠날 것을 지시하자 분개한 투치족들이 반란을 일으켜 결국 모부투정권을 붕괴시키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당시 자이르정부와 국제사회는 투치족의 반란을 자이르에서 합법적 거주권을 인정받기 위한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간과했다.그러나 투치족이 정권을 잡고 있는 르완다.부룬디등 주변국들이 자이르반군을 지원하면서 반군의 공세는 단순한 지역적 반란차원을 넘어 내전으로 비화했다.

관측통들은 모부투정권이 붕괴된뒤 카빌라가 정권을 장악한다 해도 자이르의 앞길이 결코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연간 7백%에 이르는 살인적 인플레로 대부분의 국민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등 피폐해진 경제를 재건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주요 외화가득원인 구리 생산량이 지난 80년대에 비해 10분의1로 줄어든 것을 비롯,코발트.다이아몬드 등도 생산량이 격감해 손쉽게 재원을 만들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과연 이런 상황에서 자이르가 어떤 형태로 정상화의 길을 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장도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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