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생엉망인 고속도로 휴게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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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냉장식품을 상온에 보관하고 무허가식품을 파는 등 고속도로 휴게소의 식품위생관리가 여전히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본부가 전국 고속도로 전체 휴게소 92곳에 대해 위생점검을 한 결과,13곳이 식품위생법위반으로 적발됐다.적발된 휴게소 가운데는 유통기한이 7시간인 김밥을 12시간으로 표시해 파는가 하면 변질된 호박죽을 진열한 곳도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곳이기 때문에 위생관리가 철저해야 한다.비위생적인 운영실태가 고발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그런데도 장사에만 급급해 위생관리는 다른 음식점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는 상태다.최근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이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의 위생상태를 분식점.패스트푸드점.편의점 등과 비교조사한 결과 김밥과 햄버거 등에서 대장균이 최고 2배 이상 검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휴게소라는 것은 말 뿐이고 매점을 제외하면 휴식을 취할만한 시설은 찾아볼 수 없는데다 종업원들의 태도는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어차피 독점적인 영업이니 물건만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서비스정신은 아예 없고 업주들의 눈에 이용객들은 한낱 뜨내기손님으로 보일 뿐이다.

이같은 업자들의 이기적인 상(商)도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당국의 관리가 한층 엄격해져야 할 것이다.위생점검만 하더라도 연례행사처럼 할 것이 아니라 횟수를 늘리고,적발된 곳에는 영업정지 등 강도높은 제재가 있어야 한다.휴게소 운영권자들도 매점임대만 하면 끝이라는 안이한 생각에서 벗어나 감독기능을 하도록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말 그대로 휴게소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설을 보완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휴게소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독점적 운영에 기인한다.그래서 운영권은 엄청난 이권으로 통하고 있다.서비스의 개선을 위해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도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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