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정지선 침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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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운전자의 양심선,
보행자의 생명선.
미리미리 지키면 좋지.
누가 그걸 모르나?
바쁜 걸
어떡하란 말이지.
몸보다 마음이 더 바쁜 걸.

저 느릿한 노인네는
어딜 가시나.
애를 둘씩이나
달고 있는 여자,
휴대전화 들고 건들거리는
저 녀석들,
바쁜 시각에는 제발
어슬렁거리지 말았으면
좋겠어.
나의 '질주'를
방해하지 말았으면 싶다고.

나 바쁜 건 내 탓이 아냐.
세상이 그렇게 만든 거라고.
내가 땀나게
가속기를 밟는 동안에도
봐,
날아다니는 인간들이
얼마나 많은지.
'억' 소리를 내며
굴러다니던 돈들이 요즘은
'조' 단위로 날아다니데.
'공적 자금'이 '사적 주머니'로
들어갔다고 시끄럽잖아.

물론 나는
그렇게 염치없이 살지도 않아.
지킬 건 지킬 줄 아는
평범한 시민이야.
세금 받아다 제 주머니 채워
'금지'선도
'정지'선도 없이 사는
인간들에게 쫓기고 쫓기다
성급한 체질이 된 거
뿐이라고.

신호등이 깜박거리는데
뒤늦게 횡단보도로 뛰어든
저 아저씨
경적 울리는 나를 흘기는군.
그래 나 금 좀 밟고 있다.
어쩔 건데?

※경찰청은 지난 1일부터 횡단보도의 정지선 침범을 단속 중이다.

송은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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