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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국경서 포격전 … 휴전협상 찬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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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의 휴전 분위기가 암초를 만났다. 8일(현지시간) 레바논에서 이스라엘 북부지역에 로켓포가 발사되면서 오히려 긴장이 더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12월 27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한 지 13일째인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선 휴전협상이 열렸다. 그러나 레바논에서 발사된 로켓포라는 돌발변수로 협상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휴전협상 발목 잡은 돌발변수=휴전 회담의 핵심 쟁점은 이집트와 가자지구 사이 국경지대의 중립화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 지역에 파놓은 지하 땅굴을 통해 무기를 밀반입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중단시킬 실질적인 조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7일 프랑스·이집트의 휴전 중재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선뜻 휴전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러나 하마스도 이스라엘의 이 같은 조건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다. 이는 사실상 하마스의 무장 해제로 이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양측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루어지고 있는 도중에 이번엔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8일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에 따르면 레바논 남부에서 발사된 3~5발의 로켓탄이 이스라엘 북부에 떨어져 2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에 이스라엘도 즉각 대포 다섯 발로 응사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 포스트는 레바논에서 발사된 로켓에 대해 “이스라엘 군 사령부는 헤즈볼라가 아닌 레바논 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나 헤즈볼라가 부추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가 발사했다 하더라도 최소한 헤즈볼라가 이를 묵인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로켓 공격이 헤즈볼라의 묵인 아래 이뤄졌다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이 이스라엘-아랍권 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는 7일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공격한다면 2006년 당했던 것보다 더 큰 패배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헤즈볼라는 로켓포를 발사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레바논의 타렉 미트리 정보부 장관은 “헤즈볼라가 로켓 발사 사실을 공식 부인했다”며 “누가 이스라엘 북부에 로켓포를 발사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헤즈볼라는 레바논 정부에 주요 정파로 참여하고 있다. 레바논에서 여러 차례 로켓이 발사됐다는 이스라엘 언론 보도에 대해 레바논 군 당국은 한 차례 3~5발의 로켓이 발사됐다고 밝혔다. 레바논에는 헤즈볼라 외에도 시리아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해방인민전선 총사령부(PFLP-GC) 등 여러 무장 단체가 있다.

◆3시간 잠정 휴전=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구호품이 안전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스라엘 군은 7일(현지시간) 오후 1~4시 하마스에 대한 군사작전을 중단했다. 하마스도 같은 시간 이스라엘 쪽으로 로켓탄을 발사하지 않았다. 개전 12일 만에 처음으로 포성이 오가지 않은 것이다. 3시간의 잠정 휴전 동안 국제사회가 제공한 80t 분량의 구호품과 기름 40만L가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전달됐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3시간 동안의 잠정 휴전이 끝나자 곧바로 가자지구 북부에 대한 폭격에 나섰으며 하마스도 로켓탄 발사를 재개했다. 이스라엘은 7일 군사작전을 가자지구 내 주요 도시로 확대하고, 이에 대한 결정권을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에게 일임하도록 하는 긴급 작전안을 안보 각료 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스라엘 군은 6일 유엔이 운영하는 가자지구 내 학교 두 곳에 폭탄을 투하해 4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데 이어 8일에는 가자지구에서 구호작업을 벌이던 유엔 트럭을 공격해 운전사를 사망케 했다. 유엔 가자지구 대변인 아드난 아부 하스나는 “공격받은 차량은 유엔과 이스라엘의 조정 아래 구호물자를 수송하고 있었으며 유엔 마크와 깃발을 달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 이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는 700명, 부상자는 3100명을 넘어섰다.

◆퍼스트레이디도 중재자=각국 퍼스트레이디들도 인도적 차원에서 팔레스타인 주민을 돕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이들은 공조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10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모임을 연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의 부인 에미네 에르도안 여사가 주도했다. 프랑스의 카를라 브루니 대통령 부인, 에스마 에사드 시리아 총리 부인, 라이나 요르단 왕비, 바파 슐레이만 레바논 대통령 부인, 라라 셀마 모로코 왕비, 미흐리반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 부인 등 여러 나라 퍼스트레이디가 초청됐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부인 유순택씨도 초청 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오바마 당선인이 20일 대통령 취임 즉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를 중재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김한별·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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