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전자금융시대 강건너 불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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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산체스 리포트'가 그리는 전자금융의 미래상은 은행의 역할이 1백80도는 아니라도 1백70도쯤 바뀌는 인상을 준다.현실을 보더라도 둑이 물을 가두듯 돈을 비축하는 역할은 이미 은행의 영역을 떠나고 있는 느낌이다.미국의 경우 웬만한 목돈은 은행에 두지 않고 투자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은행들이 낙심하고 문을 닫게 된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종래의 저축에 두었던 초점이 흐려가고 있지만 대신 각종 투자방식을 은행의 지붕 밑으로 흡수하고 전자금융시대를 맞아 지출의 대행자,즉'지갑'노릇을 하는 야심을 키워가고 있다.

인터넷의 가상점포에서 물건을 사고 은행에서 직접 인출,이체하는 형식의 전자적 지불의 횟수와 금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있을 전자식 지불도 많다.

즉 신문 한부를 보는데 1백원을 지불하기로 미리 합의한 독자의 은행계좌에서 신문 구독과 동시에 1백원이 빠져나가게 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은행만 고지선점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빌 게이츠같은 사람은 은행을 넘어 개인의 가정에서 지갑노릇을 하고자 한 때'퀴큰'이라는 가계부 프로그램의 제작사를 인수하려 했었다.결국 미법무부의 반대로 뜻을 포기했지만 윈도 데스크톱의 아이콘으로 지갑노릇을 대행하게 한다는 꿈을 항상 간직하고 있다.

사이버 캐시같은 회사도 전자식 지불을 통해 소비형태의 중심에 자리잡고 싶어 한다.

결국 누가 사람들의 소비행위 길목의 요지에 자리잡는가 하는 것이 전자금융의 고지를 노리는 목적이다.

다행인 것은 금융시스템이 개방적 사양을 필요로 하다 보니 다수의 시스템이 호환성을 가져 이 막강한 힘이 한 사람의 손아귀에 놓일 위험성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국내 금융기관들도 힘이 크든 작든 이러한 경쟁에 끼어들어야 한다.

<사진설명>

김찬웅在美 뉴미디어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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