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총리의 비전 선택 - 영국 총선 노동당 압승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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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국총선은 예상대로 노동당의 압승으로 끝났다.이번 선거는 2B대 2B의 싸움이었다.영국 국민은'번영하는 영국'(Booming Britain)의 보수당과'더 나은 영국'(Better Britain)의 노동당 즉,현재와 미래중 미래를 선택했다.

보수당 정부는 지난 18년동안'영국병'을 치유,노대국 영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 국민은 모험을 선택,보수당 정권을 무너뜨렸다.장기집권에 섹스.돈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보수당 정부가 21세기까지 이어지는 것을 원치 않은 것이다.

정치분석가들은 보수당이 이룬 경제적 성과를 바탕으로 영국 국민은 모험을 할 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고 분석한다.

경제정책에 성공한 집권당이 선거에서 패배하는 일은 영국에선 간간이 있었다.

보수당은 1906,23,29,45년 총선에서 당시 경제상황이 좋았음에도 패배한 적이 있다.

이제 영국의 장래는 젊은 총리 토니 블레어에게 맡겨졌다.

블레어 총리가 가장 먼저 착수해야 할 것은 선거공약 제1호인 교육제도 개혁을 비롯해 국민의료수준 향상,25만명 미취업 청년들에 대한 직업교육,불안한 치안상황 개선 등이다.노동당이 선거공약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돈은 약1백30억파운드(약 18조2천억원)로 집계되고 있다.

노동당은 민영화 기업이 누린 이익에 대한 윈드폴세와 국민복권 수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증세(增稅)를 하지 않고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와의 관계설정도 어려운 문제다.

노조는 지난 선거기간중 가급적 전면에 나서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그러나 노동당이 노조에 요구하는 많은'양보'에 대해선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와함께 당내의 전통적 좌파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도 문제다.

이들은 선거기간중 과격발언을 자제하는등 정권창출에 협조해 왔으나 노동당의 기본노선이 무시되는 상황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유럽문제는 노동당 정부가 당장 해결해야 할 최대현안이다.유럽단일통화에 대한 찬반은 국론을 양분시킬 정도로 심각하며 현재 반대론이 우세하다.

노동당은 그동안 유럽연합(EU)에 대해 국익우선과 적극개입이라는 원칙만 밝혔을 뿐 구체적인 정책 제시는 회피해 왔다.

그러나 다음달 암스테르담에서 열릴 EU 정상회의에서 단일통화문제가 정식 의제는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거론될 것이 분명하다.

최근 EU는 영국이 단일통화제에 불참할 경우 감수해야 할 불이익을 부각시키는등 유형무형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가 이끌고 갈 영국의 앞날은 순탄치 않다.그러나 영국국민은 젊은 블레어 총리가 이를 추진력과 비전을 갖고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런던=정우량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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