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등 판매가격 몇백원까지 표시 소비자 눈길 끌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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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스테파넬 원피스 9만9천원,CC클럽남방 7만4천8백원,나이스클럽 남방 6만9천3백원,데코 투피스 29만9천원…. 현재 서울 그레이스백화점내 대부분의 여성캐주얼 의류제품에는 이처럼 10만단위나 만단위 등에서 꼭 1천~2천원이 빠져 있는 가격표시들이 붙어있다.

얼핏“간편하게 10만원,30만원이라고 가격을 정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든다.하지만 이는 국내 대부분의 유통업체들이 상당수의 제품들,특히 의류제품들의 가격설정에서 주로 활용하는'단수가격'(端數價格:Odds Price)전략의 산물이다.

이 전략의 목적은 두가지.끝자리들이 너저분하게 붙어있기는 하지만 이것저것 세밀하게 계산해 정해진 것이란 인상을 주기에 끝자리가 똑 떨어지는 가격에 비해 신뢰성을 준다.아울러 시각적으로 정보를 읽어들이는 순서상,한단계 낮은 가격에서 출발하기에 훨씬 싸다는 인상을 준다.9만9천원대와 10만원의 실제차이는 1천원에 불과하지만 첫번째 숫자만을 놓고 보면 얼핏 1만원의 차이로 느껴지는 것이다.이는 특히 소비자들이 쇼핑을 하기전,“얼마짜리 이상은 사지 않는다”는 가격저항선을 보통 1만원,5만원,10만원과 같은 단위로 정하고 있어 이를 극복하는데 효과적이다.국내 백화점들은 의류제품의 약 80%를 이같은 단수가격을 적용하는 상태. 그레이스백화점 여성캐주얼담당 차광철과장은“올들어선 위축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를 높이기 위해 제조업체와 협의해 이같은 가격표시를 더욱 늘려왔고,그 결과 지난번 세일 때는 전체제품의 약 95%에 이러한 가격을 적용했다면서“실험해본 적은 없지만 이러한 방법을 썼을 때 약 20%정도 매출액 상승효과가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단수가격들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최근엔 노세일 의류브랜드나 고급의류브랜드를 중심으로 이를 역이용하는 전략도 벌어진다.'게스남방 7만1천원''베네통 원피스 10만2천원'처럼 기준이 되는 가격에다 1천~2천원을 더 붙이는 방식인데,마케팅에서는 이를'역단수(逆端數)가격'이라 부른다.

기존 단수가격에 이미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신선감을 주는데다“2천원만 더 내리면 정확히 10만원이 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걸 보니,제품과 가격에 대해 자신감이 매우 있는 모양이다”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이와함께 가격을 표시할 때 생필품.가전제품들의 경우 인쇄체가격 대신 필기체 형태의 가격표시를 함으로써 더 싼 느낌을 주어 매출액을 상승시키는 기법 또한 대표적인 가격전략중 하나다. 이효준 기자

<사진설명>

서울 그레이스백화점 직원이 4만9천원으로 표시된 의류제품의 가격표를 들어보이고 있다.단돈 1천원이 빠졌지만 얼핏 1만원이나 싼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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